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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의 스승인가, 자연의 제자인가, 『자연은 답을 알고 있다』(심종석, 북랩)

매미와 꿀벌, 코끼리와 늑대가 들려주는 생명의 철학, 공학자가 써 내려간 깊이 있는 생태 인문학

장세환2026년 8월 1일 오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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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답을 알고 있다.jpg인간은 오랫동안 자연을 정복과 개발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자연은 답을 알고 있다』의 저자 심종석 교수는 오히려 자연이 인간의 가장 오래된 스승이라고 말한다. 수천만 년의 진화 속에서 생명체들이 몸으로 완성해 온 삶의 방식에는 인간 사회가 잃어버린 지혜가 담겨 있으며, 우리는 자연을 이해할 때 비로소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랩에서 출간한 『자연은 답을 알고 있다』는 동물의 생태를 단순한 과학적 정보로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매미와 나비, 꿀벌과 두루미, 코끼리와 늑대, 돌고래와 향유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체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와 공동체, 성장과 절제, 사랑과 공존의 의미를 성찰하게 만드는 생태 인문학서다.

저자는 매미에게서 기다림의 가치를 발견한다. 땅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다 짧은 생애를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매미의 삶은 결과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성장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해서 삶이 실패한 것은 아니며, 보이지 않는 시간 역시 삶을 완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꿀벌을 다룬 대목에서는 공동체 정신이 강조된다. 꿀벌은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작은 존재 하나의 성실한 활동이 군체를 살리고 숲을 살리며 결국 생태계를 유지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러한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타성 역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로운 균형이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책 곳곳에는 동양과 서양의 철학적 사유도 담겨 있다. 두루미에게서는 절제와 품격을, 코끼리에게서는 책임과 연대를, 늑대에게서는 사랑과 헌신을 발견한다. 특히 늙은 동료를 끝까지 돌보는 코끼리의 행동이나 가족을 중심으로 무리를 이루는 늑대의 생태는 경쟁보다 공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심종석 교수는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소를 단순한 생산 수단이나 소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결국 인간 자신을 도구로 만드는 문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는 자연을 위한 윤리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과학과 인문학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있다. 건축공학자로 30여 년 동안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쳐 온 저자는 생태학적 사실과 철학적 성찰을 결합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동물의 생태를 설명하다가 어느새 삶의 방향과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고, 자연을 읽다가 결국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는 인간의 의식은 힘을 더할 때보다 뺄 때 깊어지고, 채울 때보다 비울 때 더 큰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연은 답을 알고 있다』는 더 많이 갖고 더 빨리 달리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되찾자고 제안한다.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강원도 산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심종석 교수는 현재 동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연 속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경험과 오랜 인문학적 탐구를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작은 위로와 새로운 성찰을 건넨다. 『자연은 답을 알고 있다』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동시에,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생태 인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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