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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목소리를 구슬에 담아둔 아이의 시간, 『목소리구슬』 출간(황진, 계수나무)
황진의 첫 그림책 『목소리구슬』은 엄마의 목소리를 담아둔 구슬을 통해 세대를 잇는 사랑과 기억을 그린다.

출판사 제공
어떤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황진의 그림책 『목소리구슬』은 엄마의 목소리를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책 읽어주는 목소리,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 하루의 안부를 묻는 목소리. 아이는 그 소리들을 알록달록한 구슬처럼 유리병에 차곡차곡 모아둔다.
이야기는 한 세대에 머물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아이는 소년이 되고, 어느덧 아빠가 된다.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 손자에게 책을 읽어주며 내리사랑을 전한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시간 뒤로 할머니는 세상과 이별한다. 그림책은 죽음과 상실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남겨진 목소리와 기억을 통해 삶이 계속 이어지는 방식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손자가 다락방에서 구슬이 가득 담긴 병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병뚜껑을 여는 소리와 함께 오래 잠들어 있던 구슬들이 계단 아래로 쏟아지고, 아빠의 등 뒤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울린다. “사랑해! 우리 아들!”, “오늘은 뭐 했어?”, “보고 싶었어!” 아이가 담아둔 엄마의 목소리는 손자가 꺼낸 할머니의 목소리가 된다.
『목소리구슬』은 어린 독자에게 가족의 사랑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목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구슬이라는 사물로 바뀌면서 아이가 붙잡을 수 있는 기억이 된다. 부모와 교사에게는 상실을 말하는 방법을 건넨다. 이별은 끝이지만, 사랑의 말은 다음 세대의 마음속에서 다시 울릴 수 있다는 점을 조용히 알려준다.
황진은 광고, 패키지, 잡지, 일러스트,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림을 그려온 작가다. 『목소리구슬』은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첫 그림책이다. 그는 늘 마음에 오래 남는 장면과 감정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힌다. 이 책은 독자가 저마다 마음속에 간직한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오래전 들었던 한마디, 다시 듣고 싶은 부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이 구슬처럼 반짝이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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