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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가수 지망생이 맨발로 찾은 자기 감각, 『히든 스텝』 출간(박재연, 위즈덤하우스)

박재연의 첫 저작 『히든 스텝』은 모창 서바이벌과 맨발 산행을 통해 잃어버린 자기 감각을 마주하는 인물을 그린다.

장세환2026년 7월 9일 오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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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스텝
📖 도서 정보

히든 스텝

저자
박재연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발행일
2026-07-08
ISBN
9791175911055
정가
11,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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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가수 지망생이 맨발로 찾은 자기 감각, 『히든 스텝』 출간(박재연, 위즈덤하우스)출판사 제공

대중의 관심에서 밀려난 사람에게 다시 무대가 찾아온다면, 그것은 기회일까 아니면 과거를 확인하는 자리일까. 박재연의 『히든 스텝』은 한물간 가수 지망생 해원이 뜻밖의 섭외 전화를 받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모창 능력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히든 싱어〉는 해원에게 다시 노래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자신이 누구의 목소리로 불려 나가는지 묻게 한다.

해원이 본가로 향하는 이유는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7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엄마가 ‘비상’이라며 집으로 오라고 연락한다. 오랜 단절 뒤 마주한 엄마는 맨발 걷기, 곧 어싱에 빠져 있다. 아차산에 올라 좋은 기운을 받아야 한다는 엄마의 성화에 해원은 마지못해 맨발 산행에 동참한다. 그곳에서 해원은 아주 잠깐 ‘내가 나인 상태가 되는’ 감각을 경험한다.

소설의 흥미로운 지점은 무대와 산길이 서로를 비추는 방식이다. 〈히든 싱어〉가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를 얼마나 닮았는가를 판별하는 자리라면, 맨발 산행은 자기 발바닥이 직접 땅에 닿는 감각을 회복하는 자리다. 해원은 타인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일과 자신의 몸으로 세계를 밟는 일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 틈에서 작품은 성공 여부보다 자기 감각의 회복에 더 깊게 다가간다.

엄마와의 관계 역시 단순한 화해담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비상’이라는 연락은 위급함을 알리는 말이면서 동시에 오래 미뤄둔 만남의 신호다. 엄마가 붙잡은 어싱은 기이한 취미처럼 보이지만, 몸을 땅에 붙이고 다시 살아보려는 방식으로도 읽힌다. 해원이 그 산행에 끌려가듯 동참하는 과정은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먼저 함께 걸어야 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박재연은 202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가챠, 가챠〉가 당선되며 주목받았다. 당시 “단단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 태도로 평가받은 작가는 첫 저작 『히든 스텝』에서도 인물의 어긋남과 회복을 과장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다시 빛나는 무대보다, 맨발로 서 있을 수 있는 한순간의 전일성을 조용히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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