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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화엄의 바다를 이야기로 건너다, 『스토리텔링 화엄경』 출간(강영석, 지식과감성#)
강영석이 80권본 화엄경의 7처 9회 39품 구조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며 경전의 문턱을 낮춘다.

출판사 제공
화엄경은 불교 경전 가운데서도 가장 장엄하고 방대한 세계를 품은 경전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 장엄함은 곧 어려움으로도 다가온다. 80권에 이르는 분량, 7처 9회 39품이라는 구조, 우주와 존재와 깨달음을 아우르는 사유는 불자들에게조차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벽이 되곤 했다. 『스토리텔링 화엄경』은 바로 그 벽 앞에서 출발한 책이다.
저자 강영석은 화엄경을 추상적인 이론으로 설명하기보다 이야기의 흐름으로 풀어낸다. 책은 적멸도량 법회에서 시작해 보광명전, 도리천궁, 야마천궁, 도솔천궁, 타화천궁, 서다림 법회로 이어지는 화엄경의 큰 구조를 따라간다. 각각의 품 앞에는 ‘문 열기’가 놓여 있다. 하늘나라 병사와 아수라의 싸움, 소동파의 오도송, 원효가 얽매이지 않은 일화, 자장스님이 문수보살을 뵈온 이야기처럼 독자가 먼저 붙잡을 수 있는 장면을 마련한 뒤, 경전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책의 중심에는 ‘우리 발 딛고 선 산하대지가 그대로 화엄세계’라는 문제의식이 놓인다. 화엄은 깨달음의 세계를 먼 곳에 두지 않는다. 세계성취품과 화장세계품은 부처님의 세계가 어떤 인연으로 성취되는지, 연화장세계가 무엇을 뜻하는지 보여준다. 십주품과 십행품, 십회향품은 보살이 마음을 세우고 실천하며 그 공덕을 다시 중생에게 돌리는 과정을 펼친다.
특히 입법계품은 이 책이 화엄경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이유를 잘 드러낸다. 선재동자가 수많은 선지식을 찾아가며 배우는 여정은 깨달음이 하나의 강의나 개념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수보살, 관자재보살, 미륵보살, 보현보살에 이르는 만남은 ‘향상일로의 과정’이며, 서로 다른 존재의 가르침을 공경하는 길이다.
『스토리텔링 화엄경』은 화엄경을 축소하거나 쉽게 소비하려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방대한 경전의 골격을 잃지 않으면서, 독자가 이야기의 힘을 빌려 그 세계에 들어서도록 돕는다.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 두었던 경전이 한 장면, 한 인연, 한 사유를 통해 가까워질 때 화엄의 바다는 막연한 장엄함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을 비추는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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