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경성의 붉은 달 아래 시작된 진실 추적,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출간(윤채근, 북레시피)
윤채근 작가가 1942년 경성을 배경으로 광복군, 밀정, 일본 경찰, 제국의 권력투쟁이 얽힌 역사 미스터리를 선보인다.

출판사 제공
1942년 경성은 하나의 도시이면서 여러 겹의 전장이었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그곳에서 제국의 권력투쟁과 독립운동, 밀정의 배반과 개인의 운명이 뒤엉킨다. 윤채근의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은 경성역의 붉은 달 아래 시작되는 역사 미스터리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인으로 길러진 여인 혜심, 중경에서 온 아나키스트 김혁, 정의감 강한 무도가 야마시타 경부, 변절한 밀정 불곰, 일제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구로다 군조가 각자의 목적을 품고 움직인다.
이야기의 출발은 잠입이다. 광복군 김혁은 ‘야차’라 불리는 조선인 여인을 구출하기 위해 경성에 들어온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안내인을 찾지 못한 채 경무국 프락치 불곰과 얽히며 사건은 복잡해진다. 한편 경성에서는 전쟁 지속을 노리는 도조 내각과 종전을 추진하는 고이소 총독 사이의 권력투쟁이 격화된다. 총감 다나카는 그 틈에서 권력을 노리고, 도조 측 밀정 구로다 군조는 ‘야차’가 총감의 수양딸 시즈코임을 밝혀내 협상파 숙청의 카드로 삼으려 한다.
제목의 ‘페이퍼 체이스’는 종이 위의 추적을 떠올리게 한다. 문서와 기록, 신분과 이름, 비밀과 증거가 사건을 움직이는 장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종이는 단순한 행정물자가 아니다. 누군가의 신분을 숨기고, 배반을 증명하고, 생사를 가르는 물증이 될 수 있다. 이 추적은 물리적 추격인 동시에 진실을 향한 기록의 추격이다.
작품의 인물들은 적과 아군으로 쉽게 나뉘지 않는다. 혜심은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인으로 길러졌고, 불곰은 독립운동가였다가 밀정이 되었다. 야마시타 경부는 일본 경찰이지만 정의감 가득한 무도가로 제시된다. 이런 설정은 식민지 경성의 복잡한 윤리적 지형을 드러낸다. 적대적 공생과 치명적 배반이 뒤섞인 세계에서 진실은 언제나 위험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윤채근 작가는 한문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고전문학을 현대화하는 작업과 장르 경계를 넘는 소설을 꾸준히 이어왔다.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은 그의 고전적 서사 감각과 역사적 상상력이 미스터리 형식과 만나는 작품이다. 경성의 밤은 붉고, 종이는 침묵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그 침묵 속에서 진실을 추적한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