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1921년,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을 떠나 쿠바로 향한 한인 이주민들 가운데 조국을 잊지 않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가족이 있었다. 바로 안순필과 그의 부인 김원경, 그리고 여섯 자녀들이다. 『쿠바의 안순필 일가, 그 100년의 이야기』(도서출판 선인)는 이들 가족 8명이 모두 독립운동에 참여하고, 100여 년 만에 독립유공자로 포상받은 전대미문의 사례를 기록한다.
안순필은 대한인국민회 쿠바지방회를 설립하고 한글학교를 운영하며 민족교육에 힘썼다. 부인 김원경은 생활비를 아껴 독립자금을 마련했고, 아들 안군명·안재명·안수명은 청년 지도자로서 아바나 지역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다. 딸 안정희·안옥희·안홍희는 대한부인회 활동과 민족교육, 노래를 통한 독립운동으로 어머니의 뜻을 이어갔다. 이처럼 가족 모두가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책은 안순필 일가의 삶을 통해 쿠바 한인사회의 역사를 복원한다. 제암리 학살사건을 목격한 뒤 민족적 자각을 얻은 안순필은 쿠바에서도 ‘대한인’이라는 이름을 놓지 않았다. 에네켄 농장의 가혹한 노동 속에서도 그들은 공동체를 세우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았다. 아바나 최초의 국어학교인 흥민국어학교 운영, 대한인국민회 활동, 청년들의 항일 투쟁은 쿠바 땅에서 울려 퍼진 독립 만세의 메아리였다.
2023년과 2025년에 걸쳐 안순필 일가 8명 모두가 독립유공자로 포상되면서, 이들의 이름은 100년 만에 빛을 되찾았다. 이는 단순한 가족사가 아니라, 세계 독립운동사에서도 보기 드문 기록이다. 저자 박환은 “쿠바의 순흥안씨 일가의 이야기는 피해의 역사에 머물렀던 강제동원사를 투쟁과 저항의 역사로 확장시키는 계기”라고 강조한다.
『쿠바의 안순필 일가, 그 100년의 이야기』는 카리브해의 낯선 땅에서 가장 뜨겁게 타올랐던 독립운동의 불꽃을 되살린다. 이제 우리는 100년의 세월을 건너와 돌아온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