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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들려주는 외로움과 춤의 이야기, 『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의 대화』 출간(승민, 엣눈북스)
승민 작가가 제주 숲속 집에 찾아온 낯선 여자의 ‘뼈와의 대화’를 통해 죽음 이후에도 남는 기억과 외로움을 그린다.

출판사 제공
“살았든 죽었든 외로움이 문제예요.” 이 한마디는 『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의 대화』가 품은 기묘하고도 다정한 세계를 열어 보인다. 승민 작가의 이 그래픽노블은 제주에 사는 ‘나’와 S의 숲속 집에 한 여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이 기르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여자는 느닷없이 자신이 뼈와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믿기 어려운 제안이지만, 나와 S는 재미 삼아 해보라고 한다.
여자는 바닷가를 산책하며 주워 온 동물의 뼈를 손바닥에 올려둔다. 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를 바라보며 그는 “뼈가 된 뒤에 슬프지 않았어?”라고 묻는다. 그러자 뼈들이 살아 있을 때의 기억,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 그리고 어떻게 바닷가에서 발견되어 숲속 집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작품은 죽은 존재를 공포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사라진 것들이 남긴 목소리, 살아 있는 사람들이 미처 듣지 못한 외로움을 조심스럽게 불러낸다.
목차는 ‘오래된 수집물’에서 출발한다. 바닷가에서 주워 온 뼈는 단순한 장식품이나 기념물이 아니라, 자기만의 시간을 지나온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나는 거북복, 난 흰물떼새’는 뼈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이면서, 이름 없는 잔해가 다시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순간이다. ‘밤의 도로’와 ‘무해한 목소리’는 죽음의 기억이 어둡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펼쳐질 것임을 암시한다. 마지막의 ‘춤’은 슬픔을 넘어 움직임으로 나아가는 이미지처럼 남는다.
작품 속 뼈들은 “슬퍼지는 걸 조심해야 해! 신나게 놀아야 여기 남을 수 있지”라고 말한다. 이 문장은 상실 이후의 감정을 단순한 애도로만 가두지 않는다.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남은 이들은 그 흔적을 붙잡고, 기억을 이야기로 바꾸고, 때로는 춤추듯 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뼈와 대화한다는 환상적 설정은 결국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관계의 감각을 보여준다.
『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의 대화』는 제주 숲속 집과 바닷가, 동물의 뼈와 낯선 여자의 목소리를 통해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린다. 독자는 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죽음의 흔적이 언제나 무겁고 차갑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남겨진 뼈는 끝이 아니라, 아직 들리지 않은 이야기가 잠시 머무는 자리다. 승민 작가는 그 자리에서 외로움과 애도, 기억과 놀이가 조심스럽게 만나는 장면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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