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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산골 아이에게 남은 차표 한 장, 『호랑이가 두고 간 차표 한 장』 출간(김정미, 지식과감성)
김정미 저자가 750미터 오지 산골에서 쉰 살 터울의 어머니와 보낸 어린 시절을 기차역처럼 되짚는다.

출판사 제공
아홉 살 아이에게 산길과 기차표, 늙은 엄마의 손은 세상을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 된다. 지식과감성이 김정미의 『호랑이가 두고 간 차표 한 장』을 출간했다. 이 책은 해발 750미터 오지 산골에서 쉰 살 어머니와 살던 9살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 에세이다. 저자는 긴 세월을 돌아, 아홉 살 산골 아이였던 자신에게 보내는 뒤늦은 답장처럼 이 책을 썼다.
목차는 정거장처럼 구성되어 있다. ‘제1정거장: 쉰 살 터울 산골 엄마’는 책의 중심인 어머니를 불러낸다. ‘우리 엄마는 처음부터 늙어 있었다!’라는 제목은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이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젊은 사람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오래 짊어진 존재였다. ‘엄마의 쩔렁쩔렁 자장가’, ‘엄마의 빈 자루와 구수한 떡’ 같은 제목은 가난과 사랑이 한 장면 안에서 동시에 울리는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제2정거장: 사흘 만에 지은 우리 집’은 산골 생활의 감각을 살린다. 진흙으로 만든 집, 싸리대문, 지붕 위의 돌멩이, 전깃불이 들어온 날은 생활사의 작은 기록이 된다. 집은 완벽한 공간이 아니라, 비와 바람을 막으며 하루를 견디게 한 생존의 형식이다. ‘호랑이와 숟가락’ 같은 제목은 산골 아이의 세계에서 현실과 전설, 두려움과 놀이가 얼마나 가깝게 붙어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제3정거장: 산골 아이와 종소리’와 ‘제6정거장: 스무 리 통학길’은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시간을 담는다. 저자는 엄마가 손수 지어준 교복을 입고 20리 산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다고 소개된다. 그 길을 버티게 한 것은 언제나 곁에 있던 엄마였다. ‘아홉 살 종지기’, ‘설탕보다 달콤한 종지기 월급’, ‘공책만 한 하늘’ 같은 제목은 결핍 속에서도 아이가 발견한 작은 기쁨을 보여준다.
저자는 졸업 후 교단에 섰고, 이후 역무원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여행길 곁에 있었다. 퇴직 후 지금은 제천에서 벌꿀지기로 살아가며 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노년의 큰 행복으로 삼고 있다. 『호랑이가 두고 간 차표 한 장』은 한 가족의 가난한 유년사를 넘어, 사라져가는 산골의 생활 감각과 어머니의 사랑을 기차역처럼 하나씩 정차해 돌아보는 책이다. 마지막 역에 이르러도, 아이의 손에는 아직 엄마가 쥐여 준 차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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