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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하나가 놀이터가 되는 순간, 『엄청난 막대기』 출간(박현민, NC문화재단)

박현민 작가가 글 없는 그림책으로 선의 확장과 상상의 놀이를 압도적인 공간감 속에 펼쳐낸다.

장세환2026년 6월 19일 오후 2:39
4
엄청난 막대기
📖 도서 정보

엄청난 막대기

저자
박현민
출판사
NC문화재단
발행일
2026-07-16
ISBN
9791196368258
정가
1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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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하나가 놀이터가 되는 순간, 『엄청난 막대기』 출간(박현민, NC문화재단)출판사 제공

하늘에서 떨어진 노트에 선을 하나 긋자, 눈앞에 막대기가 나타난다. 박현민 작가의 『엄청난 막대기』는 이 단순한 장면에서 출발해 그림책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NC문화재단이 펴낸 이 책은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막대기를 통해 아이의 상상과 놀이가 페이지 위에서 어떻게 커지고 변신하는지를 글 없는 그림책 형식으로 담아냈다.

막대기는 처음에는 하나의 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이의 손에 들어온 순간 장난감 칼이 되고, 두 개가 모이면 나만의 텐트가 되며, 세 개가 세워지면 하늘을 가르는 시소가 된다. ‘선’이라는 제한된 모티프가 장난감, 공간, 놀이 기구로 계속 바뀌는 과정은 어린이의 상상력이 갖는 자유로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막대기는 정해진 물건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가능성의 재료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텍스트가 없다는 점이다. 표지를 제외하면 글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는 그림의 흐름과 장면의 변화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야 한다. 그러나 바로 그 빈자리가 아이의 언어와 해석을 불러낸다. 어른이 읽어주는 문장보다, 아이가 직접 장면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경험이 중심이 된다. 읽는 행위가 설명을 듣는 일이 아니라 상상에 참여하는 일이 되는 셈이다.

박현민 작가는 전작들에서 압도적인 스케일과 과감한 시점 변화, 여백의 활용, 유머를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시각 경험을 선사해 왔다. 『엄청난 막대기』 역시 넓은 공간과 작은 인물, 단순한 선과 거대한 변화를 대비시키며 그림책만이 줄 수 있는 입체적 감각을 살린다. 장면을 넘길수록 막대기의 가능성은 커지고, 독자는 다음 페이지에서 무엇이 만들어질지 기대하게 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선 하나를 주고, 그 선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마음껏 보게 한다. 놀이는 완성된 장난감을 소비하는 데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별것 아닌 막대기 하나도 누군가의 눈과 손을 만나면 텐트가 되고, 다리가 되고, 하늘을 나는 장치가 된다.

박현민 작가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 상을 수상했고,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으며,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으로 2024 대한민국 그림책상 대상 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엄청난 막대기』는 그가 다시 한 번 그림책의 경계를 넓히는 작품이다. 페이지마다 남겨진 여백은 독자가 채워야 할 놀이의 자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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