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쉽게 짜증을 내고, 작은 실패에도 무너지며, 친구와의 갈등을 견디지 못한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많은 부모는 자신감이나 자존감 부족을 원인으로 생각하지만, 최재희 작가는 그보다 먼저 길러야 할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불편함을 다루는 힘’이다.
신간 『불편함을 다룰 줄 아는 아이』는 감정과 실패, 갈등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유지하는 능력을 ‘마음의 근육’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아이가 인생 전반에 걸쳐 마주하게 될 불편함을 건강하게 다루도록 돕는 양육 지침서다.
저자 최재희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이자 두 딸을 키우는 부모다. 오랜 교육 현장에서 공부를 잘하면서도 작은 실패에 쉽게 무너지고,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흔들리는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성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불편한 감정과 상황을 피하지 않고 견디며 성장할 수 있는 힘이었다.
책은 특히 5~10세를 마음 근육을 기르는 결정적 시기로 주목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시기는 전두엽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이자, 유치원과 학교라는 새로운 사회 속에서 다양한 감정과 관계를 경험하는 시기다. 따라서 아이가 불편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는지에 따라 이후 학습 능력과 사회성, 회복탄력성까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아이들이 경험하는 불편함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내면의 불편함’이다. 이유 없이 짜증이 나거나 슬프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감정 상태를 의미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종종 "그냥 싫어", "몰라" 같은 말로 감정을 드러낸다. 저자는 부모가 이런 감정을 무시하거나 성급히 해결하려 하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과제의 불편함’이다. 어른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일도 아이에게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과제일 수 있다. 처음 가보는 식당에서 휴지를 부탁하는 일,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하는 일, 새로운 학습을 시작하는 일 모두 아이에게는 긴장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저자는 이러한 불편함을 회피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경험하도록 돕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 번째는 ‘관계의 불편함’이다. 친구와 다투거나, 오해를 받거나, 가족과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책은 건강한 관계 형성 능력이 단순히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균형 감각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부모의 언어 습관에 대한 분석이다. 저자는 아이가 의자에 부딪혀 울 때 흔히 사용하는 "의자 때찌!"라는 표현을 예로 든다. 부모는 위로의 뜻에서 하는 말이지만,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 돌리는 사고방식을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모든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는 비난 역시 자기비하와 자책의 습관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대신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원인을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돕는 데 있다.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을 구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학습과 관련된 조언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많은 아이가 공부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능력 부족이 아니라 사회적 불편함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친구와 비교하고, 실수를 두려워하며,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지나치게 민감할 경우 새로운 배움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 성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부모들에게 아이의 몰입 대상을 세심하게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도 누군가는 모험과 액션에 끌리고, 누군가는 분류와 수집에 흥미를 느낀다. 아이의 취향과 기질을 이해하면 동기부여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불편함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불편함은 성장의 신호이며, 마음 근육이 자라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짜증, 두려움, 실패, 낯섦, 갈등은 모두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해야 하는 감정들이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실패와 좌절을 견뎌내는 인지적 과정 없이는 진정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이 책이 아이들의 불편함을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도록 안내한다고 평가했다.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소장인 김완두 스님 역시 "불편함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아이는 자신을 발견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고 추천했다.
『불편함을 다룰 줄 아는 아이』는 조기교육이나 학습 기술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대신 아이가 평생 살아가며 반드시 만나게 될 실패와 좌절, 관계의 어려움을 어떻게 건강하게 견딜 수 있을지를 이야기한다.
결국 인생은 불편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불편함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연습의 연속이다. 이 책은 아이에게 완벽함을 가르치기보다,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며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은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