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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바다 아래 죽음과 마주한 기록, 『바닷속에서 죽음을 안고 돌아오는 잠수사』 출간(정재판, 해드림출판사)
정재판 저자가 20여 년 잠수사의 현장 경험을 통해 바다의 또 다른 얼굴과 인간의 생존을 기록한다.

출판사 제공
푸른 수평선과 반짝이는 햇살만으로 바다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전혀 다른 바다를 보여준다. 정재판의 에세이집 『바닷속에서 죽음을 안고 돌아오는 잠수사』는 관광객의 시선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매일 죽음과 마주해야 했던 한 잠수사의 눈으로 바라본 바다의 기록이다. 해드림출판사가 펴낸 이 책은 20여 년 동안 남해안 곳곳을 누빈 잠수사의 삶을 담담하게 전한다.
저자는 수중공사, 침몰선 인양, 실종자 수색, 어장 작업 등을 수행해 왔다. 이 책은 단순한 직업 체험기가 아니다. 바닷속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인간이 어떻게 두려움을 견디고, 어떻게 생존하며, 어떻게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인간 기록문학에 가깝다. 물속에서는 한 모금의 공기가 생명이고, 줄 한 가닥이 세상과 자신을 잇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
1부는 잠수를 배우고 현장에 들어선 초기의 경험을 다룬다. ‘처음 잠수를 배우다’는 출발점이지만, 곧바로 ‘바다 밑의 고철을 건져 올리다’, ‘첫 시체 인양’, ‘수중공사, 손가락 끼임’ 같은 제목으로 이어진다. 바다는 아름다운 풍경이기 전에 위험한 노동의 현장이다. ‘시간은 물이 결정한다’는 항목은 잠수사의 세계에서 인간의 계획보다 조류와 수심, 날씨와 물의 흐름이 우선한다는 사실을 압축한다.
2부의 ‘남해 갈화리의 깊은 곳, 그리고 욕심의 대가’는 작업과 사고, 병원과 깨달음의 과정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첫날 바다 탐색, 키조개 작업, 두 번째 입수, 사고로 이어지는 흐름은 바다에서 욕심이 얼마나 빠르게 위험으로 바뀌는지 보여준다. ‘내 목숨과 바꿀 수 없는 실종자’는 구조와 수색의 현장에서 잠수사가 짊어지는 윤리적 무게를 드러낸다. 누군가를 찾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생명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냉정한 판단도 필요하다.
3부에는 태풍과 침몰선, 해경 사고와 오래된 침몰선, 등대공사와 쐐미 고기에 쏘인 잠수사의 경험이 이어진다. ‘선박을 삼킨 셀마 태풍’, ‘의무 해경의 사고, 바다 아래 남겨진 마음’, ‘잠수사의 마지막 바다’ 같은 제목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바다가 품은 사고와 상실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정재판은 위험과 고통을 영웅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잠수사의 삶을 기록한다. 그래서 독자는 한 직업인의 특수한 경험을 읽다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마주하게 된다. 『바닷속에서 죽음을 안고 돌아오는 잠수사』는 바다의 낭만 아래 묻힌 노동과 공포, 그리고 살아 돌아온 사람의 숨을 오래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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