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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밥 한 그릇을 다 파먹을 때, 『웃음이 파먹은 밥』 (박숙이, 문학세계사)
박숙이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웃음이 파먹은 밥』은 사투리와 해학, 가족사와 향토적 정서를 통해 사람 냄새 나는 삶을 시화한다.

출판사 제공
밥 한 그릇을 웃음이 다 파먹는다는 말에는 허기와 농담, 사람 냄새가 함께 들어 있다.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된 박숙이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웃음이 파먹은 밥』은 그런 감각으로 일상의 풍경을 감칠맛 나게 시화한 책이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시인은 구어체의 토속적인 사투리와 향토적 정서, 웃지만 못 할 해학을 시편 곳곳에 펼쳐놓는다.
시집에는 「세발낙지」, 「장물 종재기 같이」, 「겉절이 여자」, 「동백의 이별법」, 「양파」 등 67편이 실렸다. 제목만 보아도 시의 입맛이 살아 있다. 음식과 식물, 사람과 사물이 한데 어울리며 삶의 질감을 만든다. 이 시집의 해학은 가벼운 웃음에 그치지 않는다. 웃음은 때로 회한을 견디는 방식이고, 가난하거나 외로운 순간을 지나가게 하는 생활의 기술이다.
1부에는 표제작 ‘웃음이 파먹은 밥’을 비롯해 ‘물속의 축구’, ‘세발낙지’, ‘수제비’, ‘온몸이 게처럼 빨개져’ 같은 작품이 놓인다. 밥과 수제비, 세발낙지 같은 소재는 식탁의 기억을 불러오면서도 삶의 움직임을 품는다. 시는 고급스러운 상징보다 입에 붙는 말과 생활의 장면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간다.
2부와 3부는 사람의 사연과 시간의 그늘을 더 깊게 끌어온다. ‘겉절이 여자’는 갓 버무린 음식의 생생함과 사람의 성정을 겹쳐놓는 제목이고, ‘뜸의 시간’은 무엇이든 곧장 완성되지 않는 삶의 리듬을 떠올리게 한다. ‘복지사의 일기’, ‘거울 속의 여자’, ‘고향길을 걷다’, ‘국화빵’ 같은 제목에는 일과 기억, 고향과 자기 응시가 함께 담긴다.
4부에는 ‘동백의 이별법’, ‘양파’, ‘큰 여자’ 등이 실려 있다. 동백은 떨어지는 방식으로 이별을 말하고, 양파는 벗길수록 다른 결을 드러내는 삶의 은유가 된다. 시 전문이 제공되지는 않았지만, 목차와 책소개만으로도 박숙이의 시가 사물의 겉모습을 웃음으로 비틀며 속 깊은 정서를 끌어내는 방식임을 알 수 있다.
박숙이는 시집 『활짝』, 『하마터면 익을 뻔했네』를 냈고, 대구문학상, 서정주문학상, 『대구문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태수 시인은 해설에서 해학과 희화적인 비유, 넘쳐나는 입담 속에 삶의 파토스와 질박한 인간애가 흐른다고 평했다. 『웃음이 파먹은 밥』은 웃음으로 삶을 가볍게 만드는 시집이 아니다. 웃음이 삶의 한 끼를 견디게 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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