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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 한 줄 뒤에 숨은 평범한 사람들의 분투, 『장안의 여지』 (마보융, 문학동네)

마보융의 『장안의 여지』는 당나라 현종 말기, 불가능한 임무를 떠안은 말단 관리의 여정을 통해 찬란한 제국의 그늘을 비춘다.

언론출판독서TV2026년 6월 15일 오후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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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여지
📖 도서 정보

장안의 여지

저자
마보융, 马伯庸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일
2026-06-15
ISBN
9791141616748
정가
15,7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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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 한 줄 뒤에 숨은 평범한 사람들의 분투, 『장안의 여지』 (마보융, 문학동네)출판사 제공

역사서에는 때로 한 문장만 남는다. 그러나 그 한 문장이 이루어지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뛰고, 속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이 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마보융의 『장안의 여지』는 바로 그 숨은 시간을 소설로 되살린 작품이다. 작가는 역사 속 가능성을 들여다보며, 거대한 성취 뒤에 가려진 개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품의 무대는 부패한 당나라 현종 말기다. 당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부강했던 시대로 기억되지만, 이 소설이 바라보는 곳은 제국의 찬란한 표면이 아니다. 권력의 명령이 아래로 내려올 때 그 무게를 가장 먼저 떠안는 사람들, 황궁의 말 한마디에 일상이 흔들리는 평범한 관리들의 자리다. 주인공 이선덕은 황궁으로부터 불가능한 임무를 받고 진퇴양난에 빠진다.

이선덕의 선택은 단순한 영웅담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는 거대한 뜻을 품은 혁명가가 아니라, 맡겨진 일을 어떻게든 수행해야 하는 말단 관리다. 지난한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배신과 기만에 좌절하고, 불합리한 현실 앞에서 분노를 쌓아간다. 동시에 뜻밖에 얻은 도움의 손길에서는 다시 움직일 용기를 얻는다. 이 좌충우돌의 과정은 권력의 명령이 현장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삶의 문제로 바뀌는지 보여준다.

『장안의 여지』의 힘은 역사적 배경을 장식으로 쓰지 않는 데 있다. 장안은 제국의 수도이자 권력의 중심이지만, 소설 속 장안은 황제와 대신만의 공간이 아니다. 명령을 전달받고, 시간을 맞추고, 책임을 떠안으며,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사람들의 도시다. ‘여지’라는 사물은 황궁의 욕망과 지방의 노동, 속도와 권력, 생존의 문제를 연결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마보융은 2005년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첩보소설 『풍기농서』로 데뷔했다. 『삼국기밀』, 『장안 24시』, 『장안의 여지』 등은 영상화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인민문학상, 주쯔칭 산문상, 마오둔 신인상, 준마상 등을 수상하며 현대 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철저한 고증과 역사 의식을 바탕으로 기록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해온 이력은 이번 작품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장안의 여지』는 찬란한 당나라를 다시 보는 소설이다. 화려한 궁궐과 풍요로운 제국의 이미지 뒤에는 명령에 휘둘리고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 소설은 역사 속 한 줄의 성취를 위해 얼마나 많은 개인의 시간이 소모되었는지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늘의 조직과 권력, 책임의 문제로도 조용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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