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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의 피해자는 어떻게 가해자가 되었는가, 『이스라엘을 고발한다』(야코프 랍킨, PB미디어)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에 맞서 유대인 역사학자가 던지는 시오니즘 해부와 양심의 고발

장세환2026년 7월 30일 오전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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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를 겪은 유대인이 이제는 팔레스타인인에게 더한 고통을 주고 있다. 이 말을 꺼낸 사람은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다. 신실한 유대교 신자이자 몬트리올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인 야코프 랍킨이다. 그는 『이스라엘을 고발한다』에서 한 사람의 유대인으로서, 그리고 양심적인 역사학자로서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에 맞서는 내부의 목소리를 기록했다.

랍킨 교수가 가장 먼저 겨누는 것은 시오니즘의 기원이다. 많은 사람이 이스라엘 건국을 유대인 전체의 염원으로 여기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시오니즘은 유대교 전통이 아니라 19세기 동유럽 종족 민족주의에 뿌리를 둔 유럽식 기획이었다. 유대인이 배타적 민족주의 때문에 고통받던 유럽에서는 저항했으면서, 자신들이 수혜자가 될 수 있는 팔레스타인에서는 그것을 그대로 복제했다는 것이다. 과거 도시 한 구석의 게토에 수용되었던 유대인들이 이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로 몰아넣고 더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1946년 독립된 유대 국가 건설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한나 아렌트는 협상과 타협 없는 건국이 반유대주의의 새로운 물결을 불러올 것이라 예견했고,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프란츠 카프카도 시오니즘의 극단적 민족주의를 비판했다. 정통 유대교 랍비들은 메시아 없이 인간의 손으로 강행된 건국을 신성모독으로 규정하며 지금도 팔레스타인인과의 연대를 선언하고 있다. 시오니즘 비판은 반유대주의가 아니라 유대 전통 안에서 면면히 이어온 내부의 목소리였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키워드는 '삼손 옵션'이다. 초창기 아랍이라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으로 자신을 포장했던 이스라엘은 이제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골리앗이 되었다. 그리고 실존적 위협에 처했다고 판단할 경우 핵 공멸까지 감수하겠다는 극단적 전략, 삼손 옵션을 유지하고 있다. 다윗의 물매가 핵탄두가 된 지금, 이스라엘은 세계 전체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랍킨 교수는 경고한다.

레닌그라드 출신으로 소련과학아카데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랍킨 교수는 현대 유대인의 역사와 시오니즘 연구로 수백 편의 논문을 14개 언어로 발표해온 학자다. 이스라엘이 선택해야 할 길은 더 많은 무기가 아니라 팔레스타인과의 정의로운 평화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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