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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책도 한 사람 안에서 살아간다, 『책은 죽지 않는다』 (이시바시 다케후미, 혜화1117)
이시바시 다케후미가 책장 정리에서 출발해 책과 서점, 사람과 공간을 거쳐 자신을 만든 책의 생명력을 되짚는다.

출판사 제공
혜화1117이 이시바시 다케후미의 『책은 죽지 않는다』를 한국 독자에게 선보였다. 『서점은 죽지 않는다』로 한국 출판계와 서점 종사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일본 책방 칼럼니스트가 이번에는 서점보다 더 안쪽의 자리, 곧 자신의 삶을 이끌어온 책의 시간을 돌아본다. 책의 미래를 두고 암울한 전망이 쉽게 오가는 시대에, 저자는 거창한 선언보다 자신이 책과 맺어온 관계를 다시 더듬는 방식을 택한다.
이 책의 출발점은 책장 정리다. 오래 쌓아둔 책을 정리하는 일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다. 읽었는지조차 희미한 책,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 책, 어디에 두었는지 잊은 책 앞에서 저자는 묻는다. 어린 시절부터 읽고, 쓰고, 만들고, 사두며 여러 방식으로 맺어온 책들은 기억에서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죽어버린 것일까. 이 질문은 책을 향한 낭만적 찬사와도 다르고, 책의 죽음을 말하는 체념과도 다르다.
목차는 한 사람의 독서 이력인 동시에 출판문화의 풍경이다. ‘어린시절 만난 전차 도서관’은 책의 세계가 처음 다가온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여덟 살에 나온 나의 첫 책’은 읽는 아이가 쓰는 아이로 이동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서점에서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는 서점이 단순한 낭만의 공간이 아니라 노동과 기다림, 사람과 책이 뒤엉키는 현장임을 암시한다.
이 책의 핵심 질문은 ‘책은 상품이다, 상품일까?’라는 목차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책은 분명 팔리고 유통되는 물건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책은 삶의 방향을 바꾸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오래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리는 매개가 된다. 저자는 책을 무조건 신성시하지 않지만, 단순한 상품으로도 끝내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책의 실제 생명력을 묻는다.
저자의 이력도 이 질문을 뒷받침한다. 그는 출판사 영업 담당으로 일했고, 이후 출판 전문 주간지 『신분카』 기자로 입사했다. 편집장을 끝으로 퇴사한 뒤에는 출판과 서점을 주요 주제로 글을 써왔다. 도쿄국제도서전에서 만난 한국 출판인과의 인연은 서울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출판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 관심은 다시 서점에 관한 글과 책으로 확장됐다.
『책은 죽지 않는다』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읽고도 잊은 책, 사두고도 방치한 책, 어디론가 사라진 책들이 우리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는지를 묻는다. 저자는 “나를 스쳐 지나간 모든 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책은 때로 제목도 내용도 잊힌 채 남지만, 사라졌다고 믿은 뒤에도 한 사람의 시선과 말투와 선택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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