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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재의 사랑 이야기 『두려워요, 투우사여』 신간 출간 (을유문화사, 페드로 레메벨·임도울)

1980년대 칠레의 거리에서 피어난 짝사랑과 저항의 서사

장세환2026년 6월 9일 오후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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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요 투우사여.jpg출판사 제공

을유문화사 암실문고 시리즈에서 칠레 작가 페드로 레메벨의 장편소설 『두려워요, 투우사여』가 출간됐다. 1980년대 칠레의 군사 독재 시대를 배경으로, 저항 청년 카를로스와 은퇴한 드랙퀸 로카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정치, 저항과 슬픔을 교차시킨 작품이다.

소설은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 피노체트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거리에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경찰의 폭력과 최루탄이 일상이었다. 카를로스는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려는 20대 청년으로, 역사가 사랑하는 인물의 전형이다. 반면 로카는 역사가 주목하지 않았던 존재다. 드랙퀸으로 은퇴해 부잣집 사모님들의 자수 주문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녀는, 늙고 한물간 게이로서 사랑을 기대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로카는 카를로스를 사랑한다. 지하 저항 단체의 회합 장소를 제공하며 우정을 키워가지만, 카를로스는 그녀의 애정을 장난스럽게 흘려 넘긴다. 로카는 이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짝사랑을 수행한다. 그 씩씩한 태도는 소설의 기쁨이자 슬픔이다. 카를로스 역시 조국을 향한 짝사랑을 이어간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 슬픔 속에서도 굳건히 수행하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두 인물은 닮아 있다.

레메벨은 로카와 카를로스를 통해 자신이 품었던 사랑을 두 개의 캐릭터로 분리해 보여준다. 조국을 사랑하는 일과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일이 똑같이 아름답고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는, 두 인물을 통해 사랑의 강령을 제시한다. 반면 사랑을 가진 적조차 없었던 독재자 피노체트는 소설에서 가장 불행한 인물로 묘사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화려한 연출이다. 로카가 언급하는 게이들의 감각, 과장된 메이크업과 레이스 장식, B급 영화와 흘러간 유행가가 소설 곳곳에 배치된다. 특히 극장에서 <다이 하드 2>를 보며 시작되는 교차 서술 장면은 과장된 문법 속에 위태로운 현실을 녹여내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두려워요, 투우사여』는 오직 사랑만으로 채워진 소설이다. 그러나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로카의 짝사랑, 카를로스의 조국 사랑은 모두 대가 없는 사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슬픔을 밝은 곳으로 끌어올린다. 사랑을 수행하는 행위 자체가 기쁨이자 저항이 되기 때문이다.

페드로 레메벨은 칠레 성소수자 권익을 위해 퍼포먼스 듀오 ‘묵시록의 암말들’을 결성하고, 예술과 사회 활동을 융합한 인물이다.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 『두려워요, 투우사여』는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사랑과 저항의 서사를 독창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두려워요, 투우사여』는 1980년대 칠레의 풍경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반독재의 기억을 환기시키며, 사랑과 저항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러브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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