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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왜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가”, 『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 출간(대니얼 키팅, 웅진지식하우스)
불평등 사회가 인간의 뇌와 유전자에 남기는 ‘스트레스의 흔적’
출판사 제공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질까.” 우울과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 그 원인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나약함으로 설명해온 통념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책이 출간됐다. 세계적 발달심리학자 대니얼 키팅의 『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은 현대인의 만성 불안을 사회 구조와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불안이 어떻게 몸과 유전자에 각인돼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지를 추적한다.
웅진지식하우스에서 펴낸 이 책은 후성유전학과 발달심리학 연구를 토대로, 경쟁과 불평등이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 체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불안은 더 이상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고 유전자에 각인되는 생물학적 결과”라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반복적인 스트레스 환경은 스트레스 조절 유전자에 ‘메틸화’라는 변화를 일으킨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인간의 스트레스 시스템은 위협이 사라진 뒤에도 꺼지지 않은 채 과민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특히 임신 중과 생후 첫 1년은 스트레스 시스템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로, 부모 세대의 만성 스트레스가 아이의 불안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 속 문장은 이러한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누구나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 것 같아’라는 말을 내뱉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불행히도 비유가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도 맞닿은 문제들을 짚는다. 학업 경쟁, 고용 불안, 사회적 비교, 계층 하락에 대한 공포가 개인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으며, 이러한 긴장이 가족과 다음 세대에까지 전이된다는 것이다. 특히 “헬리콥터 부모가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라는 대목은, 부모의 과잉 통제가 단순한 성향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 사회가 만든 생존 전략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불안을 단순한 심리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학교와 또래 관계, 직장과 인간관계, 중독과 번아웃, 우울증과 신체 질환까지 스트레스가 인간 삶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연결한다. 청소년기의 뇌 발달과 스트레스 취약성, 성인기의 알로스타시스 부하, 사회적 안전망 부재가 만드는 악순환도 함께 다룬다.
또한 저자는 불안의 대물림이 결코 숙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안정적인 애착 관계, 사회적 연결감, 학교 기반 자기조절 훈련, 공공 돌봄과 육아 제도 같은 사회적 개입이 불안의 사슬을 끊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선택은 우리의 생물학적 기반에 새겨질 수 있지만, 좋은 선택은 새로운 전망을 활짝 열어줄 수 있다”는 문장은 책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추천사에서 “우리 사회가 지금 사람들의 뇌를 어떻게 바꾸어놓고 있는지 거시적으로 묻는 책”이라고 평가했고,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자녀의 예민함 앞에서 길을 잃은 부모들에게 보내는 묵직한 경고이자 위로”라고 전했다.
312쪽 분량의 『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은 심리학과 뇌과학, 사회 비평을 함께 아우르며, 불안이라는 감정을 개인 내부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질문으로 확장시키는 책이다. 불안과 우울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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