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과거로 돌아가는 버스가 멈춰선다면”, 『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 출간(이경진, 북플레저)

상실의 끝에서 다시 마주한 사랑과 기억의 시간

장세환2026년 5월 27일 오후 1:06
115

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jpg출판사 제공

캐나다의 조용한 도시 리치먼드힐을 배경으로 한 감성 장편소설 『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가 북플레저에서 출간됐다.

이경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이 작품은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을 살리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상실과 후회,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설의 주인공 민정은 캐나다 이민자로 남편 철수, 아들 타미와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여름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아들 타미가 혼수상태에 빠지며 삶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절망 속 병원 앞에 멈춰 선 수상한 이층 버스는 민정을 과거로 데려간다. 스무 살의 자신으로 돌아간 민정은 철수를 처음 만난 순간과 잊고 지냈던 기억들, 오래된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단순한 시간여행 판타지에 머물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끈질기게 따라가며, 한 인간이 살아오며 놓쳐온 감정과 관계를 천천히 복원해 나간다. 과거를 바꾸고 싶은 욕망보다, 지나온 시간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더 깊게 스며드는 소설이다.

작가는 리치먼드힐이라는 실제 캐나다 도시의 풍경을 정교하게 그려내며 이민자의 고독과 낯선 삶의 감각을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괜찮아, 괜찮아, 민정아”라고 등을 쓸어내리는 듯한 도시의 풍경 묘사는 작품 전체를 감싸는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병원 중환자실 장면과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던 순간의 묘사는 부모라는 존재의 무게를 절절하게 전한다. “엄마라는 계절을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표현은 출산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삶의 새로운 시간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작품 속 이층 버스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후회와 기억, 용서와 선택 사이를 건너가는 통로다. 민정은 행복했던 순간뿐 아니라 가장 불행했던 기억까지 다시 통과하며, 지금의 자신을 만든 시간들과 마주한다.

이경진 작가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승무원으로 살아가며 이민자의 삶과 시선을 기록해 왔다. 오랜 시간 품어온 작가의 꿈 끝에 완성된 이번 작품에는 낯선 땅에서 살아온 시간과 감정들이 진하게 배어 있다.

『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는 거창한 위로를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담담한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린다. 살아온 시간을 부정하지 않고, 그 시간을 견뎌낸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이 작품은 그 질문 끝에서, 어쩌면 지금의 삶 또한 누군가 간절히 되돌아가고 싶어 할 시간일 수 있다고 조용히 말한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