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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라는 이름으로 밀려난 사람들”, 『난민의 사도 바울』 출간(김진호, 오월의봄)

극우와 혐오의 시대, 바울을 다시 읽는 가장 급진적인 시선

장세환2026년 5월 27일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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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사도 바울.jpg출판사 제공

오늘의 세계는 국경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로 흔들리고 있다. 전쟁과 기후위기, 빈곤과 정치적 폭력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강제 실향민은 이미 1억 명을 넘어섰다. 혐오와 배제의 정치도 함께 거세지고 있다. 김진호 작가의 신간 『난민의 사도 바울』은 바로 이 시대를 향해 1세기의 바울을 다시 호출한다.

오월의봄에서 출간한 『난민의 사도 바울』은 기독교 교리 속에 갇혀 있던 바울을 역사와 현실의 거리로 끌어낸다. 저자는 바울을 추상적 신학자가 아니라, 체제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떠돌며 공동체를 만들었던 “난민의 사도”로 재해석한다.

책은 오늘의 난민 문제와 극우주의 정치, 혐오 담론을 1세기 지중해 사회와 교차시킨다. 당시 도시들 역시 전쟁과 수탈, 파산으로 고향을 잃은 이주민과 떠돌이 민중으로 넘쳐났고, 권력과 종교는 그들을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었다. 저자는 바울이 바로 그 “오클로스”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 인물이었다고 말한다.

“겹겹의 사연을 안고 유랑의 길에 나선 이들은 대단히 많았다. 그들은 1세기 지중해 역사를 떠돌던 ‘표류자들’이었다”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시선을 압축한다. 이어 “바울은 바로 그 뜨거운 갈등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는 대목은 바울의 선교를 단순한 종교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 실천으로 읽게 만든다.

특히 저자는 바울의 의인론을 초월적 구원론이 아니라 “차별 없는 공동체”를 위한 저항의 언어로 해석한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계층적·성적·종족적 차별이 작동하지 않아야 한다”는 선언은 오늘날 혐오 정치에 대한 정면 대응처럼 읽힌다.

책은 다마스쿠스, 안티오키아, 갈라티아, 필리피, 코린트, 에페수스, 예루살렘까지 바울의 이동 경로를 따라간다. 장소마다 다른 갈등과 실패, 논쟁과 공동체의 형성이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저자는 이를 통해 “교리로 굳어버린 바울”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찰했던 “역사의 바울”을 복원한다.

“바울은 자신에게 모여든 이런 사회적 소외자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얽히는 삶을 살았다”는 문장은 책이 바라보는 바울의 얼굴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권력 중심부의 사도가 아니라, 밀려난 자들의 곁에서 환대의 플랫폼을 만들려 했던 실천가였다.

김진호 작가는 민중신학 연구자이자 오랫동안 사회와 종교, 극우주의 문제를 탐구해 온 저술가다. 『극우주의와 기독교』, 『리부팅 바울』 등에서 이어온 문제의식은 이번 책에서 더욱 급진적이고 현실적인 형태로 확장된다.

『난민의 사도 바울』은 단순한 성서 해설서가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와 세계를 뒤덮고 있는 혐오와 차별, 배제와 공포의 구조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사회철학적 질문에 가깝다. 바울이라는 오래된 이름을 통해 오늘의 세계를 다시 읽어내는 작업이다.

차별이 작동하지 않는 공동체는 가능한가. 이 책은 그 질문을 과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앞에 다시 꺼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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