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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몰라도 마음은 길을 잃지 않는다, 『글만 모르는 우편배달부』 출간(사라 산체스 그림, 씨드북)

냄새와 감각으로 편지를 배달하는 숲속 우체부의 따뜻한 이야기

장세환2026년 5월 21일 오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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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모르는 우편배달부.jpg출판사 제공

숲속을 누구보다 부지런히 달리는 우편배달부가 있다. 그는 이름도 주소도 읽지 못하지만, 단 한 번도 편지를 잃어버린 적이 없다. 씨드북은 스페인 작가 사라 산체스의 그림책 『글만 모르는 우편배달부』를 오는 5월 29일 출간한다고 밝혔다.

이 책은 글자를 읽지 못하는 우편배달부 루카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학교에 다니지 못해 글을 배우지 못한 루카스는 대신 남들보다 뛰어난 감각을 지녔다. 반짝이는 눈과 예민한 코로 편지의 냄새와 흔적을 읽어 내며 숲속 친구들에게 편지를 배달한다.

루카스는 매일 아침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가방 가득 편지를 챙긴 뒤 숲길을 달린다. 편지를 기다리는 친구들의 표정과 냄새, 생활 습관을 기억하며 정확하게 편지를 전달하는 시간이 그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친구들 역시 루카스가 조금이라도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늘 곁에서 돕는다.

그러던 어느 날, 루카스는 처음으로 배달할 수 없는 편지를 만나게 된다. 이름도 주소도 읽을 수 없는 데다 단서는 쿠키 냄새뿐이다. 아무리 냄새를 맡고 주변을 살펴봐도 편지의 주인을 찾을 수 없자 루카스는 깊은 좌절에 빠진다. 혹시 자신이 더는 우편배달부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책은 여기서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다름’과 ‘존중’의 문제를 조용히 끌어낸다. 루카스는 글자를 읽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따뜻한 우체부다. 친구들은 그의 부족함을 비난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는다. 대신 루카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읽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출판사는 “글자를 모른다는 사실을 결핍이 아닌 다름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책 속 친구들은 루카스가 가진 감각과 마음을 누구보다 먼저 이해하고 존중한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특히 이 작품은 ‘읽는다’는 행위의 의미를 새롭게 확장한다. 루카스는 글자를 읽지 못하지만 냄새와 표정, 분위기와 마음을 읽는다. 책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꼭 문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린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그림체도 눈길을 끈다. 사라 산체스는 마드리드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로, 동화적인 화면 구성과 포근한 감정 표현으로 루카스의 세계를 섬세하게 완성했다. 통통한 동물 친구들과 숲속 풍경은 편안한 정서를 전하며, 편지 한 장에 담긴 기다림과 설렘까지 아기자기하게 담아낸다.

옮긴이 김지애는 스페인어권과 영어권 어린이책을 꾸준히 번역해 온 번역가다. 원작의 부드러운 감성과 유머를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옮겨 어린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글만 모르는 우편배달부』는 결국 편지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의 부족함을 먼저 이해해 주는 마음,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보는 감각,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 책 전체를 감싸고 있다. 글자를 읽지 못해도 괜찮다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이 그림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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