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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끝에서 다시 삶을 껴안다”, 『콩깍지』 출간(이단, 싱긋)

떠난 반려자를 향한 그리움과 감사로 써 내려간 사랑의 기록

장세환2026년 5월 18일 오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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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jpg출판사 제공

누군가를 오래 사랑했다는 것은 함께 보낸 시간만큼 긴 그리움을 품는 일인지도 모른다. 『콩깍지』는 평생의 반려자를 먼저 떠나보낸 뒤, 깊은 상실과 고독을 지나 다시 삶으로 걸어 나온 한 사람의 시간을 담아낸 에세이다.

싱긋에서 출간한 『콩깍지』는 저자 이단이 남편 진주화 씨와 함께했던 사십여 년의 기억과, 사별 이후 남겨진 삶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갑작스러운 이별 이후 절망과 무기력 속에 머물렀던 시간을 지나, 다시 세상으로 발을 내딛기까지의 감정을 담담하면서도 절절하게 풀어낸다.

책에는 특별한 사건보다 일상의 사랑이 오래 남는다. 들꽃을 꺾어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주던 남편의 손길, 외로워할 아내를 위해 잠시라도 집에 들러 함께 노래방 내기를 해주던 순간, 위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고 바다 풍경을 보여주려 했던 마음 같은 것들이다. 저자는 그런 기억들을 하나씩 더듬으며 뒤늦게 깨달은 사랑의 깊이를 천천히 써 내려간다.

특히 책 곳곳에는 장애를 가진 아내를 향한 남편의 세심한 배려와 다정함이 잔잔하게 스며 있다. “사랑은 거창한 수식보다 아내가 밟고 지나갈 자리를 하나하나 테이프로 붙여주는 디테일에 있었다”는 문장은 이 책이 말하는 사랑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콩깍지』는 단순한 회고록에 머물지 않는다. 유년 시절의 상처와 가족 이야기,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온 시간, 요리 교실을 운영하던 나날, 음악과 신앙으로 다시 삶을 붙드는 과정까지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겹겹이 이어진다. 저자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피아노를 배우고 음악 단체 ‘화단’을 만들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상실을 견디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은 사랑을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된 부부만이 공유할 수 있는 생활의 온도와 습관, 사소한 농담과 기다림 속에서 사랑의 진짜 얼굴을 발견한다. 그래서 독자는 책장을 넘길수록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일이 얼마나 깊은 애도의 방식인지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오늘도 또 한 걸음 그 사람 곁으로 다가간다는 심정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한다. 『콩깍지』는 떠난 사람을 잊지 못하는 마음이 결국 남겨진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건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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