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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러 갔다가 마음을 채워 돌아왔다”, 『지금, 깨달을 결심』 출간(권오만, 제이브리즈북스)

산사에서 보낸 스무날, 고요 속에서 만난 삶의 본질

장세환2026년 5월 14일 오후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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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깨달을 결심.jpg출판사 제공

끊임없이 채워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앞서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을 잃어간다. 권오만 작가의 신작 산문집 『지금, 깨달을 결심』은 바로 그 소란스러운 삶 한가운데에서 잠시 멈춰 선 기록이다.

제이브리즈북스에서 출간한 이번 책은 대학 교수이자 시인인 저자가 안식년 동안 경주 단석산의 작은 산사 ‘신선사’에 머물며 보낸 스무날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시의 편리함과 익숙한 일상을 뒤로한 채 스스로 밥을 짓고, 낯선 산길을 오르며, 침묵 속에서 자신을 바라본 시간들이다.

산사에서 저자를 가장 먼저 맞이한 존재는 스님도 법문도 아니었다. 꼬리를 흔들며 달려온 얼룩 강아지 ‘댕구’였다. 본명은 자비. 저자는 말없이 곁을 지키는 이 작은 생명과 함께 생활하며 경쟁과 욕심, 관계와 외로움, 만남과 이별의 의미를 천천히 다시 배우기 시작한다.

책은 거창한 깨달음을 내세우지 않는다. 낯선 부엌에서 밥을 짓는 일, 산길을 오르며 땀을 흘리는 일, 비 오는 밤 고요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순간 같은 사소한 풍경들이 오히려 삶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통로가 된다. 권오만 작가는 “무언가를 더 채우기보다 무엇을 내려놓을지를 묻기 위해 산사로 향했다”고 말한다.

특히 이 책은 기존 산문집과 다른 독특한 호흡을 보여준다. 시처럼 짧게 끊어지는 문장들, 여백이 살아 있는 구성, 산사의 적막과 자연의 숨결을 담아낸 묘사가 이어지며 독자로 하여금 천천히 읽고 오래 머물게 만든다. 한 권의 에세이이면서 동시에 수행록이고, 사색집이며, 삶의 속도를 늦추는 작은 쉼표처럼 다가온다.

권오만 작가는 경동대학교 메트로폴 캠퍼스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 지속 가능한 환경디자인을 연구해왔다. 동시에 창작산맥 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문학의 사회적 역할과 삶의 의미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2022년 창작산맥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신선 두꺼비가 지키는 전통 사찰 이야기』, 『디자인과 철학의 공간 우리 궁궐』 등을 펴냈다.

추천사 역시 눈길을 끈다. 정호승 시인은 “왜 홀로 있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라고 평했고, 서경덕 교수는 “잘 가고 있나 고민할 때 방향을 잡아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김우종은 “실험적인 수필 형식이 잔잔한 감동의 물결로 다가온다”고 평가했다.

『지금, 깨달을 결심』은 결국 ‘멈춤’에 관한 책이다. 빨라야만 한다고 믿어온 삶 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며,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산사에서의 스무날은 특별한 수행이 아니라 잊고 지냈던 자신에게 다시 말을 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질문은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의 마음에도 천천히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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