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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곧 하늘이었다”, 『녹두꽃 피다』 출간(강민숙, 생각이크는나무)
동학농민혁명의 피와 함성을 80편의 시로 되살린 대서사시
출판사 제공
죽창을 들었던 이름 없는 민초들의 함성이 다시 시로 피어났다. 강민숙 시인의 신작 시집 『녹두꽃 피다』는 동학 창도부터 동학농민혁명의 전개와 좌절, 그리고 오늘의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흐름을 80편의 시로 풀어낸 대서사시다.
생각이크는나무에서 출간한 이번 시집은 단순한 역사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억눌린 백성들의 신음과 분노, 희생과 희망을 한 편 한 편의 시로 복원하며,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의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러낸다. 시집은 동학농민혁명을 역사책 속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민중의 기억으로 바라본다.
시인은 고향 전북 부안 백산에서 바라보던 풍경과 자신의 삶을 동학의 역사와 겹쳐낸다. 실제로 강민숙 시인은 동학농민혁명의 성지 백산에서 자랐고, 동학 제4대 교주 춘암 박인호의 고향과도 인연이 닿아 있다. 그래서 이 시집은 단순한 역사적 상상력이 아니라 몸으로 이어진 기억의 기록에 가깝다.
시집은 총 7부로 구성됐다. 동학의 창도와 인내천 사상을 다룬 「병든 천하」에서 시작해, 백산 봉기와 전주성 입성, 우금치 전투와 송장배미의 참상, 그리고 전봉준과 무명 농민군들의 마지막까지 동학농민혁명의 흐름을 따라간다. 특히 우금치 전투와 송장배미를 다룬 시편들은 일본군의 신식 무기 앞에서 죽창을 들고 쓰러져간 농민군들의 비극을 처절하게 담아낸다.
강민숙 시인의 시는 거대한 역사를 민초의 얼굴로 끌어내린다. 영웅 한 사람보다 이름 없이 죽어간 농민군들의 숨결에 집중하며, 혁명을 만든 것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래서 시집 곳곳에는 ‘혁명’보다 ‘사람’이 먼저 등장한다.
도종환 시인은 추천사에서 “절로 터져 나오는 통곡”이라고 평했고, 김주대 시인은 “풀잎에 맺힌 민중의 피를 되살린 시”라고 말했다. 추천의 말처럼 이 시집은 추상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피와 흙, 땀과 울음으로 이루어진 혁명의 현장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강민숙 시인은 1994년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로 큰 사랑을 받았던 시인이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생활고를 견디며 시를 써온 그는 이후에도 사회적 약자와 민주주의의 현장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최근에는 『소년공 재명이가 부르는 노래』를 펴내며 시대와 민중의 삶을 시로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녹두꽃 피다』는 과거를 추억하는 역사시집이 아니다. 오늘의 민주주의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묻는 시집이다. 잊힌 이름들을 다시 부르고, 꺼진 줄 알았던 불씨를 다시 살려내며, 지금 우리 사회가 서 있는 자리까지 되묻게 만든다. 봄은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도 피어나는 중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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