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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작은 세계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 『스몰 월드』 출간(이치호 미치, 피니스아프리카에)
상처와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한 일본 문학
출판사 제공
누군가는 가족 안에서 외로움을 견디고, 누군가는 침묵으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간다. 일본 작가 이치호 미치의 소설집 『스몰 월드』가 피니스아프리카에에서 출간됐다. 제4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가족과 관계, 상처와 고독이라는 익숙한 감정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스몰 월드』에는 서로 다른 인물들의 삶을 다룬 7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부부와 부모 자식, 형제자매, 교사와 학생, 그리고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타인까지, 저마다의 작은 세계 속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 작품은 미스터리와 성장소설, 심리극의 결을 오가며 독자의 예상을 비껴간다.
수록작 「네온테트라」는 남편과의 관계 속에서 우울함을 느끼던 여성이 한 중학생 소년과 만나며 시작된다. 「마왕의 귀환」에서는 평범한 고교생 데쓰지 앞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누나가 돌아오며 일상이 흔들린다. 「피크닉」은 행복해 보이는 가족의 풍경 뒤에 감춰진 균열을 따라가며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작가는 인간의 내면을 과장 없이 응시한다.
“자신의 인생을 이야깃거리로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늘 그런 식으로 방어하고 귀를 막아 왔다.”
이 문장은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그대로 드러낸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이 아이는 잠든 게 아니다. 잠자듯 죽은 것이다”라는 문장이 등장하며 평범한 일상 아래 숨어 있는 공포와 죄책감을 날카롭게 건드린다.
이치호 미치는 각 단편마다 문체와 형식을 달리하면서도 인물들 사이를 느슨하게 연결한다. 한 사람의 작은 세계가 다른 누군가의 삶과 이어지고, 서로의 상처가 스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그래서 작품집 전체는 단순한 단편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감정 지도로 읽힌다.
출판사는 “작가는 독자에게 억지 위로나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절망 속에만 머물지 않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집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스몰 월드』는 거대한 사건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누군가의 작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순간, 독자는 자신의 세계 역시 조금 달라졌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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