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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케이지 안에서 되묻는 인간의 얼굴 『81실종사건』 출간(이진-정환, 도화)

실험쥐와 연구원의 시선으로 풀어낸 생명 윤리와 인간 문명의 우화

장세환2026년 5월 13일 오후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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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실종사건.jpg출판사 제공

소설집 『신낙엽군과 킹왕짱』으로 독특한 문학 세계를 보여준 이진-정환 작가가 장편소설 『81실종사건』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실험실 쥐와 연구원을 중심에 세운 이례적인 설정을 통해 인간 중심 문명과 생명의 윤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문제작이다.

소설의 무대는 국민건강연구소 동물실이다. 실험쥐들은 반복되는 실험 속에서 살아가고, 연구원들은 생명을 다루는 직업적 의무와 죄책감 사이를 오간다. 작품은 이 밀폐된 공간을 단순한 연구 시설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사회이자 문명으로 확장해 보여준다. 케이지는 통제의 구조가 되고, 실험은 인간 사회의 권력과 희생 시스템을 상징한다.

작품 속 연구원들은 냉정한 과학자의 얼굴만 지니고 있지 않다. 실험쥐의 움직임과 표정, 소리 하나까지 읽어내려 애쓰는 김 연구원의 모습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흔든다. “실험쥐들의 달라진 행동, 몸짓, 뇌파, 귀의 움직임, 코털의 움직임”까지 읽어내려는 대목은 생명을 데이터가 아닌 감각의 존재로 바라보게 만든다.

특히 작품은 실험쥐를 단순한 희생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우리도 너희랑 똑같은 생명첸데”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위계 자체가 흔들린다. 실험동물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희생과 폭력은 독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인간은 정말 다른 생명보다 우월한 존재인가, 문명의 발전이라는 명분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소설은 철학적 질문만 앞세우지 않는다. 연구소 내부 권력 다툼과 연구 경쟁, 인간 관계의 균열, 미묘한 감정선까지 촘촘하게 엮이며 서사적 긴장감을 만든다. 배명호와 소영, 김 연구원을 둘러싼 감정의 흐름은 차갑고 폐쇄된 실험실 풍경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를 남긴다.

이진-정환 작가는 실험실 구조와 케이지, 실험 과정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며 독특한 상징 체계를 구축했다. 실험쥐의 떨림과 연구원의 침묵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교차하고, 독자는 어느 순간 케이지 안의 존재가 인간인지 쥐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작가는 “우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 중 한 부류일 뿐”이라고 말한다. 『81실종사건』은 바로 그 자각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낮추고 다른 생명의 숨결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세계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81실종사건』은 실험실이라는 좁은 공간을 통해 인간 문명 전체를 되비추는 장편소설이다. 낯선 설정과 강렬한 상징, 생명 윤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오래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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