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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를 다시 배우는 시간 『다정한 고유어 사전』 출간(오선희, 인디펍)

낯설어진 고유어 속에서 오늘의 감정과 일상을 다시 읽다

장세환2026년 5월 12일 오후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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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의 피아노맨.jpg출판사 제공

외국어보다 더 낯설어진 우리말 속에서 삶의 감정과 일상을 다시 길어 올리는 에세이 『다정한 고유어 사전』이 인디펍에서 출간됐다.

17년째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오선희 작가는 이번 책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고유어들을 삶의 경험과 연결해 풀어낸다. 단어를 단순한 뜻풀이가 아닌 감정과 기억, 사람의 온도를 담은 언어로 바라보며, 익숙한 하루를 조금 다르게 읽어내는 시선을 건넨다.

책에는 ‘그느르다’, ‘맛문하다’, ‘버름하다’, ‘새물새물’ 같은 생소한 우리말이 등장한다. 낯설게 느껴졌던 단어들은 저자의 경험과 만나면서 오히려 지금 우리의 감정에 가까운 언어로 다가온다. “단어를 새롭게 보는 시선이, 내 삶을 고유하고도 다채롭게 바라보도록 도와줄 거예요”라는 문장은 책 전체의 방향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삶의 감정을 설명하는 데 오래된 우리말이 얼마나 섬세한 힘을 가지는지 보여준다. “오늘 하루가 너무나 ‘맛문하고’ 힘들 때, 동료와 ‘볼맞지’ 못하고 ‘버름해져’ 버렸을 때”라는 문장은 사전 속 언어를 생활의 문장으로 되살린다. 단어는 설명이 아니라 사람의 하루를 품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책 속에서는 고유어 하나가 곧 삶의 태도로 이어진다. ‘챔질’이라는 단어를 통해서는 반복되는 시도와 인내를 이야기하고, ‘꽃잠’에서는 깊은 쉼을, ‘망고하다’에서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마음을 풀어낸다. 낱말을 배우는 과정이 결국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는 셈이다.

저자는 유튜브 채널 ‘철딱!써니 오선희’를 통해 성인들에게 문법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이번 책에서도 어렵고 딱딱한 국어 지식 대신 생활 가까이에서 언어를 풀어낸다. 그래서 『다정한 고유어 사전』은 국어 공부를 위한 책이라기보다, 잊고 지낸 말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생활 에세이에 가깝다.

230쪽 분량의 이 책은 빠르고 짧은 말에 익숙해진 시대 속에서 천천히 단어를 들여다보는 일이 왜 필요한지 조용히 묻는다. 오래된 우리말 한마디가 무심한 하루를 조금 다정하게 바꾸는 순간을 담아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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