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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지친 날, 오래된 우리말이 등을 토닥인다 『다정한 고유어 사전』 출간(오선희, 인디펍)

낯설게 잊혀진 고유어 속에서 오늘의 감정과 삶을 다시 읽어내다

장세환2026년 5월 12일 오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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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다정한 고유어 사전.jpg출판사 제공

잊혀 가던 우리말 속에서 삶의 온기와 마음의 결을 길어 올린 에세이 『다정한 고유어 사전』이 인디펍에서 출간됐다.

17년째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오선희 작가는 이번 책에서 낯설지만 아름다운 고유어를 일상의 감정과 연결해 풀어낸다. “그느르다”, “맛문하다”, “망고하다”, “새물새물”, “습습하다” 같은 단어들은 사전 속 오래된 말에 머물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풍경 안으로 다시 걸어 들어온다.

작가는 단어를 단순한 어휘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창으로 다룬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순간, 혼자 견디기 버거운 하루, 관계 속에서 어긋난 마음 같은 장면들이 고유어와 만나 새로운 감각으로 번진다. “단어가 모여 문장이 되고, 글이 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에세이는 말의 뜻을 설명하기보다 말 안에 숨어 있던 삶의 체온을 되살리는 데 가까워 보인다.

특히 각 장은 고유어 하나를 중심으로 짧은 에세이를 엮어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오늘 하루가 너무나 ‘맛문하고’ 힘들 때”, “동료와 ‘볼맞지’ 못하고 ‘버름해져’ 버렸을 때”라는 표현은 익숙한 감정을 낯선 말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오래된 우리말이 오히려 지금의 감정에 더 가까이 닿는 순간이다.

책 속 문장들은 단어의 의미를 삶의 태도로 확장시킨다. “챔피언의 자질, 그게 바로 ‘챔질’은 아닐까”라는 대목에서는 낚싯대를 수없이 들어 올리는 ‘챔질’을 반복과 도전의 감각으로 바꿔낸다. “끊임없이 챔질을 시도해야 물고기를 낚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문장은 쉽게 지치고 멈추는 시대의 독자들에게 오래 남는 울림을 건넨다.

오선희 작가는 유튜브 채널 ‘철딱!써니 오선희’를 통해 문법과 실용 글쓰기를 가르쳐 왔으며, 이번 책에서는 교실과 강의실에서 만난 언어의 감각을 보다 다정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고유어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잊고 지낸 감정과 기억까지 함께 불러낸다.

230쪽 분량의 『다정한 고유어 사전』은 빠르고 짧은 말이 익숙해진 시대에, 오래된 우리말 하나가 사람의 하루를 어떻게 다독일 수 있는지 천천히 보여주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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