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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속에서 마주한 마음의 본래 자리”, 『실루에트』 (허정, 세종출판사)
불교 수행과 삶의 풍경을 겹쳐 쓴 허정 스님의 시집
출판사 제공
허정 스님이 불교적 사유와 일상의 풍경을 담은 시집 『실루에트』를 펴냈다. 김해 출신인 저자는 1968년 출가한 뒤 아함경 연구와 수행을 이어왔으며, 이번 시집에서는 사람과 자연, 시간과 마음의 흔적을 간결한 언어로 풀어냈다.
시집 제목인 ‘실루에트’는 사물의 윤곽만 남은 그림자를 뜻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세부적인 선과 빛깔이 사라진 자리에서 오히려 사물의 보편적 진상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화려한 묘사 대신 본질에 가까워지려는 시선이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수록 작품들은 강과 산, 폐선과 낙엽, 석탑과 억새 같은 익숙한 풍경을 통해 삶의 무상함과 고요를 비춘다. “태풍에 흔들리던 유년의 창문이 아프고” 같은 문장처럼 지나간 시간의 흔적과 인간 내면의 흔들림을 담담하게 끌어안는다.
특히 연작 형태로 실린 「실루에트」 시편들은 사람의 그림자를 통해 존재와 마음의 본래 모습을 응시한다. 사라짐과 비움, 침묵과 해탈 같은 불교적 사유가 시의 밑바탕에 놓여 있다.
시집 후반부에는 ‘불타론’도 함께 수록됐다. 부처의 의미와 불교의 가르침, 대승불교의 성불론 등을 설명하는 글로,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아함경 사상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시와 수행, 불교 철학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읽을 수 있도록 엮은 점도 특징이다.
허정 스님은 “마음에서 특색들을 다 지워 없애면 보편적인 진상이 나타난다”며 “그 보편적인 마음의 진상이 곧 고요와 평안, 해탈”이라고 밝혔다.
『실루에트』는 빠른 감정보다 오래 머무는 사유에 가까운 시집이다. 풍경을 바라보다 결국 자기 마음의 그림자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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