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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위로를 빚어낸 조각의 기록, 『위로가 되신다면 잠시 시간을 멈출게요』 출간 (이건학, 빚은책들)

반려동물 상실을 피규어로 응시한 작업실 기록과 조형·복제·채색의 실무 에세이

장세환2026년 5월 6일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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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신다면 잠시 시간을 멈출게요.jpg출판사 제공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의 요청이 한 조각가의 손을 통해 형태가 된다. 이건학은 의료경영학을 전공한 평범한 직장인이 퀴즈쇼 상금으로 전환점을 맞고, 34세에 피규어 제작을 배우며 ‘꼭두나라’라는 브랜드를 세운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작업실로 찾아오는 이들은 흔적 하나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부러진 발톱마저 그대로 재현해 주세요.”라는 주문은 그 바람의 무게를 그대로 드러낸다.

책은 조형·복제·채색의 기술적 과정과 동시에, 주문자들이 피규어를 통해 경험하는 애도의 순간을 병치한다. 철사 뼈대에서 실리콘 거푸집을 떠 복제하고, 채색과 마감으로 기억을 고정하는 과정은 사진과 세부 설명으로 촘촘히 제시된다. 저자는 기술적 설명을 단순한 매뉴얼로만 두지 않는다. 흙덩이가 점차 기억 속 모습과 가까워질 때 눈물을 흘리는 이들, 피규어를 품에 안고 “작가님, 사람 하나 살리셨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통해 작업의 윤리와 위로의 효과를 보여 준다.

가격·비용 문제, 유골을 포함한 제작 요청, 복제의 윤리 같은 현실적 난제도 솔직하게 다룬다. 주문자의 기대와 장인의 한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저자는 섬세한 경청과 절제된 응답을 선택한다. 기술적 완성도와 정서적 안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작업실 운영의 실무적 고민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자료는 제작 과정을 이해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구체적 도구와 재료 표기는 실무자나 취미 제작자에게도 유용하다.

이 책은 펫로스를 겪는 이들에게 직접적인 위로를 건네는 동시에, 수공예적 노동이 어떻게 기억을 매개하고 공동체적 애도를 가능하게 하는지 보여 준다.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특별한 형태로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 손으로 만드는 위로의 과정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실용적이고 따뜻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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