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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을 여행의 언어로 돌아보다, 『지구 별나라 여행을 마치는 그날까지』 출간 (장근철, 하움출판사)
교육자로 살아온 한 개인이 인생의 후반에서 써 내려간 회고와 사유의 기록
출판사 제공
삶을 하나의 여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 여정의 끝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자신의 시간을 되짚는 기록은 흔하지 않다. 『지구 별나라 여행을 마치는 그날까지』는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든 한 교육자가 살아온 시간을 ‘여행’이라는 비유로 정리한 에세이다.
이 책의 저자 장근철은 평생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다 정년 퇴임한 뒤, 자신의 삶과 내면을 차분히 되돌아본다. 에세이는 현재의 성취를 정리하기보다, 지나온 흔적과 남겨진 질문을 중심에 놓는다. 삶의 끝을 앞두고 무엇을 남기고, 어떤 태도로 떠나야 하는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물음이다.
책은 세 개의 큰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지나온 발자욱’에서는 개인적 기억과 삶의 장면들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펼쳐진다. 배고팠던 어린 시절, 첫사랑의 감정, 결혼과 가족, 교육자로서의 시간 등이 짧은 서사로 이어진다. 사건의 크기보다 당시의 감정과 거리감이 중심에 놓인다.
2부 ‘단상’에서는 보다 사유적인 글들이 등장한다. 삶과 죽음, 존재의 이유, 인간의 존엄, 기억과 무의식 등에 대한 생각이 비교적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저자는 우주와 생명, 죽음을 연속된 과정으로 바라보며, 삶의 종착역을 두려움보다는 성찰의 대상으로 다룬다.
3부 ‘중수필’에서는 인성과 영성, 역사적 인물의 삶 등을 매개로 한 사유가 이어진다. 이순신의 삶을 하나의 나침판으로 삼거나, ‘법고창신’의 개념을 통해 자신의 내면 변화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교육자라는 정체성이 글의 바탕에 깔려 있지만, 학문적 설명보다는 개인적 해석에 가깝다.
『지구 별나라 여행을 마치는 그날까지』는 삶의 후회를 미화하거나 교훈으로 단정짓지 않는다. 저자는 지나온 시간 속에서의 무지와 실수, 인간관계에서의 거리, 지식인이었다고 믿었던 자신에 대한 반성까지 숨기지 않는다. 고백은 변명이나 설득으로 이어지지 않고, 기록으로 남는다.
이 책에서 죽음은 단절이나 위협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저자는 죽음을 ‘떠남’으로 받아들이며, 잘 살았는가보다 ‘어떻게 떠날 것인가’를 질문한다.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살아 있음의 일부라는 관점이 글 전반을 관통한다.
에세이는 특정 독자층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다. 다만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닿을 수 있다. 노년의 기록이지만 나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한 인간의 긴 여정을 정리하는 방식에 가깝다.
『지구 별나라 여행을 마치는 그날까지』는 성취나 성공의 회고록이 아니다. 이 책은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남긴 좌표처럼,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떤 길을 지나왔는지를 조용히 표시한다. 여행의 끝까지 무엇을 지니고 갈 것인지, 그 질문을 독자 곁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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