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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에서 멈춘 생을 불러내다, 『두 아이』 출간 (이경혜, 바람의아이들)

5·18 광주와 게르니카를 잇는 어린이 희생 서사를 그린 청소년 소설

장세환2026년 4월 30일 오후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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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jpg출판사 제공

1980년 5월 24일, 광주 외곽 송암동에서 총성이 울렸다. 아군끼리의 오인 사격으로 시작된 교전은 민간인 학살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열한 살 어린이를 포함한 다수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오랫동안 광주의 다른 비극들에 가려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다.

이경혜의 청소년 소설 『두 아이』는 이 송암동 학살 사건에서 희생된 열한 살 소년 전재수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아, 너무 이르게 멈춰버린 생을 문학의 형식으로 다시 불러낸다. 이 책은 작가의 ‘광주 연작’ 세 번째 작품으로, 앞선 작품 『그는 오지 않았다』, 『명령』에 이어 광주의 기억을 이어간다.

소설은 죽은 뒤 구름나라에 도착한 아이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아이는 자신보다 먼저 그곳에 와 있던 동갑내기 소년 마르코를 만난다. 마르코는 스페인 내전 중 게르니카 폭격으로 희생된 아이로 설정되어 있으며, 두 아이는 국적과 시대를 달리하지만 같은 나이에 같은 이유로 죽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두 아이』는 실제 사건의 경과를 재현하거나 학살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삶이 끝나버린 이후의 시간을 상상한다. 작가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사후 세계를 설정함으로써, 폭력으로 인해 빼앗긴 ‘아이로서의 시간’을 다시 돌려준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광주의 한 아이를 특정 사건의 희생자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게르니카의 마르코와 함께 놓임으로써, 국가와 이념을 막론하고 반복되는 폭력의 피해가 가장 연약한 존재에게 먼저 향해왔음을 드러낸다. 어린이들은 왜 죽어야 했는지조차 모른 채 생을 마감했지만, 총과 폭탄은 아이들을 가려내지 않았다.

작품 속에서 재봉은 천천히 기억을 되찾으며 자신이 왜 죽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국군 아저씨가 왜 나를 쐈지?”라는 질문은, 역사적 설명 이전에 남겨진 가장 원초적인 물음으로 제시된다. 소설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 자체가 사라지지 않도록 남겨 둔다.

『두 아이』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지만, 결코 죽음을 미화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노는 장면들 사이사이로, 삶이 중단되었다는 사실은 계속해서 되돌아온다. 이 세계는 위로나 면죄가 아니라, 너무 일찍 끝난 생을 품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책의 후반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간결한 해설과 작가의 말이 수록되어 있다. 작은 판형의 청소년 소설이지만 역사적 맥락을 독자의 몫으로만 남기지 않고, 읽는 이를 현재와 이어 붙인다. 해설은 서사를 설명하기보다는 사건을 다시 한 번 정확히 위치시키는 역할을 한다.

『두 아이』는 광주를 ‘기억해야 할 역사’로 호출하지만, 그 방식은 구호나 선언이 아니다. 대신 한 아이의 목소리를 끝까지 따라간다. 이 소설은 광주의 영웅이나 지도자를 말하지 않는다. 이름도 제대로 남기기 어려웠던 아이 한 명의 생을 통해, 기억의 출발점을 가장 낮은 곳에 둔다.

이 책은 올해도 5월 18일에 맞춰 출간된다. 살아남은 자들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열한 살에서 멈춰버린 아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두 아이』는 그 시간을 다시 불러와 조용히 함께 앉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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