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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주인공인 세계를 향한 아홉 개의 문, 『2026 제5회 우리나라 좋은동화』 출간 (열림원어린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힘을 키우는 올해의 한국 창작 동화 선집
출판사 제공
『2026 제5회 우리나라 좋은동화』는 “누구나 주인공인 세계”를 향해 문을 여는 동화 선집이다. 열림원어린이가 매해 펴내는 『우리나라 좋은동화』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문예지와 웹진에 발표된 작품 가운데 아동문학평론가 김재복의 심사를 거쳐 아홉 편의 동화가 선정되었다.
이 선집의 공통된 키워드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힘’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다. 오히려 흔들리고, 망설이고,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이 동화들은 아이들을 보호막 안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대신 갈등과 좌절을 통과하는 과정을 통해, 어린이가 자기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우도록 이끈다.
수록된 작품들은 우리의 일상을 배경으로 하되, 시선은 인간 중심에 머물지 않는다. 마법사와 글자, 굼벵이와 지렁이, 잊힌 물건과 인공 지능 로봇까지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등장하며 관계를 맺는다. 이는 오늘의 어린이가 경험하는 세계의 확장을 그대로 반영한다. 가족과 학교를 넘어, 기술과 사물, 낯선 존재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에, 이 동화들은 ‘화합’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건넨다.
오시은의 「마법사의 구원자」는 마법 세계에서 추방당한 존재와 마음이 굳어버린 강돌이의 만남을 통해, 구원이 일방적인 구출이 아니라 서로를 변화시키는 관계임을 보여준다. 김성운의 「글자들이 사는 나라」는 자주 쓰이지 않는 글자들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가치와 쓸모에 대한 인간 중심적 사고를 흔든다.
윤성은의 「도우리가 도우리」는 대가 없는 도움의 의미를 되묻고, 김우주의 「퐁퐁배」는 완전히 잊히기 직전의 물건들이 느끼는 망설임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 동화들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주저하는 마음 그 자체다.
소중애의 「늙은 호박」은 세대 간의 상실과 침묵을 강렬한 감각으로 풀어내고, 임어진의 「판박이 로봇」은 인공 지능과 인간의 경계에서 ‘진짜 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잘하고 싶은 욕망과 비교의 고통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 작품에서 분명해진다.
이경순의 「자, 날아오르자!」는 ‘당연함’을 깨는 한 번의 도약을 그리며, 최인정의 「마지막 치킨버거」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일과 존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최해솔의 「내 점 다시 돌려줘!」는 단짝 친구 사이에서도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감정과,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의 차이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이 선집의 미덕은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2026 제5회 우리나라 좋은동화』 속 아이들은 누군가 구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한 발짝 나아간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그 과정에서 조금 단단해진다. 회복 탄력성이란 바로 그런 힘임을 작품들은 조용히 보여준다.
김재복 평론가는 심사의 글에서 “동화의 세계에서는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상상이 모두 주인공이 된다”고 말한다. 이 선집은 차별과 위계를 제거한 자리에서, 어린이가 자기 몫의 이야기를 가질 수 있음을 확신시킨다. 그래서 이 동화들은 교훈을 가르치기보다, 경험을 건넨다.
이인아 작가의 그림 또한 책의 정서를 안정감 있게 받쳐 준다. 과장되지 않은 선과 색은 이야기의 감정을 해치지 않으면서, 어린 독자가 이야기에 머물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이는 동화를 읽는 시간이 곧 사유의 시간이 되도록 돕는다.
『2026 제5회 우리나라 좋은동화』는 올바른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품고 괜찮다는 감각을 남긴다.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려는 마음, 쉽게 지지 않고 다시 시도해 보는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라는 인식이 이 선집 전반에 흐른다.
이 책은 어린이에게만 필요하지 않다. 성장의 언어를 잃어버린 어른 독자에게도, 이 동화들은 다시 세계를 바라보는 낮고 단단한 시선을 돌려준다. 모두가 주인공인 세계는 아직 열려 있으며, 이 책은 그 세계로 들어가는 아홉 개의 문을 조용히 내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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