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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대신 용기를 선택하다, 『수상한 홈런 배트』 신간 (맹현·남동완·이디X그로)
한 번의 행운 이후, ‘계속하는 힘’을 이야기하는 한국 창작 그림책
출판사 제공
『수상한 홈런 배트』는 “홈런을 치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소망에서 출발하는 그림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끝내 도달하는 지점은 성취의 환희가 아니라, 성공 이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라는 질문이다. 맹현 작가와 남동완 그림 작가가 함께 만든 이 작품은, 어린이 독자에게 ‘마법 같은 성공’보다 ‘계속해 나갈 용기’를 조용히 건넨다.
야구를 좋아하는 은우와 다람은 누구보다 홈런을 꿈꾸지만, 현실은 늘 헛스윙이다. 삼진아웃을 거듭해 울음을 터뜨리는 다람,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감을 잃는 은우의 모습은 어린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잘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순간들이다.
이야기는 야구 방망이로 변신한 작은 도깨비 ‘깨방이’의 등장으로 전환점을 맞는다. 사람의 손때가 묻은 오래된 물건이 도깨비가 된다는 한국적 상상력 위에서 탄생한 깨방이는, 낮에는 평범한 방망이였다가 밤이 되면 아이들 앞에 나타난다. 그는 헛스윙만 하던 아이들에게 홈런을 선물한다.
초심자의 운처럼 갑작스러운 성공은 짜릿하다. 공을 치는 족족 홈런이 되고, 아이들은 자신도 잘할 수 있다는 기쁨을 처음으로 맛본다. 하지만 『수상한 홈런 배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은 “그다음에 무엇을 하느냐”를 묻는다.
다시 홈런을 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와, 성공의 기억에 기대는 아이. 두 인물은 같은 출발선에 있지만, 선택은 다르다. 곧 다가온 초등 야구 대회, 역전승을 노리고 은우와 다람이 차례로 타석에 서는 장면은 이 선택의 결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그림책이 인상적인 지점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나누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야기는 승패나 기술의 우열보다,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야구를 사랑하지만 잘하지 못해도 괜찮고, 실패를 겪으면서도 다시 해보는 아이의 태도 자체가 가치 있다는 메시지가 작품 전반에 흐른다.
맹현 작가의 서사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한다. 홈런을 치는 장면보다, 방망이를 잡기 전 망설이는 순간과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장면에 더 많은 힘이 실린다. 이는 ‘성공담’이 아니라 ‘성장담’에 가깝다. 한 번의 홈런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에도 다시 타석에 설 수 있는 마음이라는 점을 조용히 강조한다.
남동완 작가의 그림은 이 메시지를 부드럽게 뒷받침한다. 야구장의 역동성과 도깨비의 익살스러움이 과장되지 않게 어우러지고, 아이들의 표정에는 좌절과 기대, 긴장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특히 뿔 없는 친근한 도깨비 깨방이는, 전통 도깨비의 장난기와 현대 어린이의 일상 사이를 자연스럽게 잇는 존재로 그려진다.
『수상한 홈런 배트』는 마법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마법은 잠시일 뿐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아이들이 진짜로 얻게 되는 것은 홈런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와 실패를 견디는 힘이다. 이 책이 말하는 ‘진짜 나’란 특별한 재능을 발견한 자가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해보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작품은 초등 저학년 독자를 주요 대상으로 하지만, 메시지는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잘하게 될 것이라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잘하지 못해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는 점에서, 어른 독자에게도 충분히 울림을 준다.
『수상한 홈런 배트』는 “괜찮아, 너에겐 너만의 메이저 리그가 있으니까”라는 문장처럼, 비교와 성취 중심의 세계에서 아이들이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도록 돕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홈런을 치는 법보다, 홈런이 아니어도 괜찮은 마음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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