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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리에서 길어 올린 노래, 『어느 구두수선공의 노래』 신간 (이요한·우리글)
구두를 닦으며 살아온 시간, 이웃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출판사 제공
『어느 구두수선공의 노래』는 이요한 시인이 첫 시집 이후 십 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시인은 오랜 시간 구두를 닦고 수선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이 시집은 그 삶의 자리에서 바라본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담담한 기록이다.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거창한 사건을 다루기보다 일상의 풍경과 감정을 차분히 길어 올린다. 구두닦이, 병원 대기실, 술 한 잔의 시간, 친구와 이웃의 얼굴들이 시 속에 반복해서 등장한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미화하지도, 비극으로 강조하지도 않는다. 대신 웃고 울며 살아온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시로 옮긴다.
『어느 구두수선공의 노래』는 총 다섯 부로 구성돼 있다. 가족과 어머니를 향한 기억, 벗과 이웃과의 인연, 계절의 변화, 일상의 사소한 장면들이 고르게 담겼다. 자연 시편에서는 봄바람과 꽃샘추위, 계절의 흐름이 삶의 리듬과 겹쳐지고, 생활 시편에서는 먹고 마시고 일하고 쉬는 소소한 순간들이 진솔하게 포착된다.
이 시집의 목소리는 낮고 꾸밈이 없다. 시인은 고통을 외치기보다 견뎌온 시간을 건너다보며, 삶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 힘을 묻는다. “나무를 심자”라고 말하는 시에서는 마음을 지켜주는 작은 의지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극적인 언어 대신 반복과 호흡으로 감정을 쌓아가는 방식이 특징이다.
발문을 쓴 장종수 아동문학가는 이요한의 시를 두고 “삶의 고통을 견디어내며 빛을 향해 고개를 내미는 노래”라고 표현한다. 시인은 환경을 바꾸려 도망치기보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세상과 화해하는 선택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술과 노래, 시는 삶을 견디게 하는 동반자가 된다.
이요한 시인은 현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인체공학 구두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구두를 닦고 고치는 일은 그에게 생계이면서 동시에 시집의 제목이 된 정체성이다. 저자는 “단 한 편의 시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위안이 된다면 그보다 큰 기쁨은 없다”는 마음으로 이번 시집을 내놓았다고 밝힌다.
『어느 구두수선공의 노래』는 노동의 현장에서 나온 시이지만, 투쟁이나 선언의 언어로 나아가지 않는다. 대신 하루를 버텨낸 사람의 목소리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의 무게와 온기를 함께 전한다. 시인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내세우지 않으며, 다만 이웃들과 어울려 살아온 삶을 있는 그대로 노래한다.
이 시집은 빠른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는 시대에, 천천히 살아온 시간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구두를 고치듯 하루하루를 수선해온 삶의 기록은, 독자에게 조용한 공감과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어느 구두수선공의 노래』는 그렇게 일상의 자리에서 시작된 작은 노래를 오래도록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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