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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가 아니라 경로를 추적하다, 『복어 독 살인 사건』 신간 (윤자영·북오션)

딸의 죽음을 둘러싼 한 아버지의 선택, 감정이 범죄로 변해가는 시간

장세환2026년 4월 29일 오후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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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독 살인사건.jpg출판사 제공

『복어 독 살인 사건』은 딸의 죽음을 자살로 종결한 사회적 판단에 맞서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 복수는 감정의 폭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분노는 억눌린 채 정리되고, 행동은 우발이 아니라 계산의 결과로 제시된다. 작가 윤자영은 살인의 결과보다,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경로를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주인공 신용득은 분노를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지우고 동선을 계산하며, 고통마저 계획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의 복수는 충동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설계된 행동이다. 복어 독과 둔기가 교차하는 사건은 외형상 잔혹한 범죄를 띠지만, 서사의 중심에는 감정이 어떻게 사고와 선택으로 전환되는지가 놓여 있다.

이 소설은 범인을 쫓는 전통적인 추리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독자는 ‘누가 무엇을 했는가’보다 ‘왜 그 선택에 이르렀는가’를 따라가게 된다. 딸의 죽음 이후 사건을 정리한 사회, 사법 시스템이 멈춰 선 지점, 그리고 그 틈에서 방치된 감정들이 겹겹이 쌓이며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서사는 단일 인물에 머물지 않는다. 국선 변호인 최가로, 전직 교사 신남선, 제자 민가흔은 사건의 또 다른 층위를 좇는다. 이들은 범죄를 사후적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이전에 이미 작동하고 있던 균열을 연결한다. 이들의 시선은 범죄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확장시킨다.

『복어 독 살인 사건』은 폭력을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이 천천히 변화하며 행동을 낳는 과정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분노는 조용히 축적되고, 선택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만큼 오래 남는 질문을 만들어낸다.

저자 윤자영은 추리소설을 집필하는 과학 교사로,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인과 관계 설정과 감정의 단계적 변화에 대한 관심은 이번 작품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소설에서 사건은 갑작스럽게 발생하지 않으며, 모든 결과는 이전 선택의 연장선 위에 놓인다.

『복어 독 살인 사건』은 통쾌한 응징이나 명쾌한 결말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한 범죄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을 끝까지 따라가며 묻는다. 이 복수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그리고 그 이전에 멈출 기회는 정말 없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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