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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은 감정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우정이라는 감각』(김서나경, 돌베개)

차이를 감각하고 견디는 방식으로서의 우정을 그려낸 청소년소설집

장세환2026년 4월 28일 오후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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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라는 감각.jpg출판사 제공

『우정이라는 감각』은 우정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이 소설집에서 우정은 아름다운 결과물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조정하고 감내해야 하는 과정에 가깝다. 김서나경은 첫 청소년소설집을 통해, 청소년기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불안정한 감각 위에 놓여 있는지를 일곱 편의 이야기로 집요하게 포착한다.

이 작품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혼자다. 부모로부터의 이른 분리, 소문과 낙인, 사고와 실패 이후의 고립, 말하지 못한 상처 속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버틴다. 그러나 이 소설집은 고립 자체를 서사의 종착점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어느 순간, 누군가가 옆에 와 닿을 때 발생하는 미세한 변화에 주목한다.

표제작 「우정이라는 감각」에서 우정은 설렘이나 의리보다 먼저 ‘거리의 감각’으로 등장한다. 함께 어딘가로 나가는 행위, 아무도 비웃지 않는다는 말, 거리낌 없이 놀았다는 경험은 거창한 구원이 아니라 감각의 변조에 가깝다. 이 소설에서 우정은 상대를 바꾸기보다, 세상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 잠시 달라지는 경험으로 제시된다.

김서나경의 소설이 설득력을 갖는 지점은, 관계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국면을 성급히 봉합하지 않는 데 있다. 「십자가」에서 화장실 문 앞에 선 ‘나’는 친구의 손짓을 알면서도 쉽게 나가지 못한다. 닫힌 문은 구조적 억압이기보다, 용기 이전의 공포를 정확히 보여주는 장치다. 우정은 이 공포를 즉각 해결하지 못하지만, 문을 열 수 있는 가능성만큼은 남긴다.

「궤도를 벗어나면」과 「담력 테스트」는 시간차의 우정을 다룬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친구의 침묵과 외로움이, 나중에야 비로소 의미를 드러낸다. 이때 우정은 동시적인 교감이라기보다, 뒤늦게 도착한 이해에 가깝다. 김서나경은 이런 시간차를 실패로 처리하지 않고, 관계가 성숙해지는 하나의 경로로 그린다.

이 소설집에서 인물들은 종종 ‘잘못 대응’한다. 말하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고, 회피한다. 그러나 작품은 이를 도덕적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숙함이 관계의 현실이라는 전제를 분명히 한다. 우정은 완성된 윤리가 아니라, 계속해서 실패를 포함하는 기술이라는 인식이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김서나경의 문장은 과장되지 않으며,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장면 속에서 체감하게 한다. 빛의 변화,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는 순간, 문 손잡이를 잡는 동작 같은 세부는 인물의 내면을 대신한다. 이 절제된 서술은 독자가 감정을 판단하기보다, 따라 느끼도록 만든다.

『우정이라는 감각』은 전통적인 성장서사와도 거리를 둔다.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어른’이 되지 않는다. 대신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운다. 누군가의 방문 앞에 서는 일, 먼저 메시지를 보내는 일, 닫힌 세계에 발끝 하나를 디디는 일이 우정의 형태로 제시된다.

이 작품집이 제시하는 우정은 동일해짐이 아니라 차이를 견디는 방식이다. 추천사에서 언급되듯, 이 소설의 다정함은 펑크에 가깝다. 불화를 제거해서 평화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불화를 끌어안은 상태로 함께 서는 가능성. 우정은 이 소설집에서 정서가 아니라 태도다.

『우정이라는 감각』은 청소년 독자를 향한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 관계 앞에서 종종 서툴렀던 기억을 가진 모든 독자에게, 이 소설집은 묻는다. 우리는 언제 누군가의 문 앞에서 돌아섰는지, 그리고 다시 그 문을 두드릴 용기는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이 소설집에서 우정은 결론이 아니라 조건이다. 함께 있기 위해 필요한 감각, 그리고 그 감각을 끝까지 잃지 않으려는 선택. 『우정이라는 감각』은 청소년 문학이 우정을 어떻게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주제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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