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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앞에서 곁에 머무는 법, 『네 곁에 있을게』(마야 오노데라, 그린애플)
위로는 말보다 먼저 시간을 나누는 태도다
출판사 제공
소나기를 피해 언덕 위 나무 아래로 모여든 두 친구, 마티와 스텔라. 그림책 『네 곁에 있을게』는 이 조용한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스텔라를 보며, 마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위로를 건네려 한다. 사탕을 내밀고, 노래를 불며, 분위기를 바꿔 보려 애쓴다. 하지만 그 모든 시도에도 스텔라는 여전히 침묵 속에 머문다.
이 책이 선택하는 방향은 그다음에 있다. 마티는 더 이상 무언가를 해내려 들지 않는다. 대신 스텔라의 곁에 앉아 같은 비를 맞고, 같은 시간을 보낸다. 『네 곁에 있을게』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이 반드시 말이나 행동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무 말 없이 함께 머무는 선택이 때로는 가장 확실한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마야 오노데라는 이 짧은 이야기를 통해 ‘기다림’이라는 태도를 전면에 놓는다. 슬픔의 이유를 캐묻지 않고, 감정을 대신 정의하지 않으며, 상대의 속도에 자신의 발걸음을 맞춘다. 책은 끝까지 스텔라가 왜 슬퍼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 빈자리는 독자가 각자의 경험과 감정으로 채우게 된다. 하나의 정답 대신, 여러 개의 감정이 들어올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는 방식이다.
수채화풍의 그림은 이야기의 결을 더욱 부드럽게 확장한다. 비 오는 날의 차분한 색감과 비가 그친 뒤 나타나는 무지개는 감정의 흐름을 과장 없이 대비한다. 슬픔은 밀어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지나갈 때까지 곁에서 함께 앉아 있어야 할 시간이라는 메시지가 그림의 여백 사이로 번져 나온다.
『네 곁에 있을게』는 공감을 가르치기보다 공감에 머무는 시간을 제안하는 그림책이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 멈칫하는 순간, 이 책은 조용히 다른 선택지를 내민다.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곁에 남아 있는 것. 그 침묵 속에서, 위로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끝까지 낮은 목소리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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