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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의 곁에서 건네는 느린 안부, 『바보여보』 출간 (조대식 | 좋은땅)

충북 괴산의 자연과 일상에서 길어 올린 감사의 시편들

장세환2026년 4월 28일 오전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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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여보.jpg출판사 제공

조대식 시인의 시집 『바보여보』가 출간됐다. 충북 괴산의 산천에 머물며 살아온 시인은, 일상과 자연 속에서 마주한 작고 소박한 존재들을 정갈한 언어로 시의 자리로 옮겨 놓는다. 이 시집은 거창한 선언보다 하루를 살아내는 삶의 감각에 집중하며, ‘버티는 삶’의 시간 끝에서 피어나는 감사를 담담하게 기록한다.

『바보여보』에 수록된 시편들은 낮은 자리에서 시작된다. 민들레, 꽃다지, 도토리처럼 쉽게 지나쳐지는 대상들이 시의 중심에 선다. 조대식의 시는 견딤과 낮아짐이 결핍이 아니라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임을 반복해 보여준다. 시인은 화려한 비유 대신 평이한 언어로, 고단한 하루를 견뎌낸 이들에게 조용한 온기를 건넨다.

이 시집에서 시는 장식물이 아니라 생활의 도구에 가깝다. 시인이 말하듯, 『바보여보』의 시들은 ‘냄비 받침’이나 ‘목침’처럼 일상에 밀착된 존재를 지향한다. 이는 시가 언어의 완성도를 뽐내기보다, 누군가의 피로한 등을 잠시 받쳐 주는 역할이기를 바라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가족과 이웃을 향한 시선에서도 이러한 다정함은 이어진다. 아내의 낡은 신발, 겨울을 나는 이웃의 삶, 손주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헌신과 사랑이 과장 없이 담겨 있다. 조대식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는 일이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힘임을 시를 통해 조용히 환기한다.

『바보여보』는 앞서가는 이보다 뒤처진 이를 바라본다. 경쟁과 속도 대신, 한 발 늦게 걷는 존재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괜찮다”고 말을 건넨다. 시집의 전편을 관통하는 정서는 위로이지만, 그것은 슬픔을 덮는 방식이 아니라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 시집은 자연 속에서 길어 올린 사유로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떻게 견디고 있으며, 무엇에 감사하며 살고 있는가. 『바보여보』는 대답을 강요하지 않은 채, 각자의 삶 옆에 조용히 놓이는 시집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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