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떠남의 생을 관통해 귀환의 언어로 이르다, 『모루도서관』 출간 (윤후명 | 문학과지성사)

윤후명 타계 1주기, 미발표작으로 묶은 마지막 시집

장세환2026년 4월 28일 오전 7:33
269

모루도서관.jpg출판사 제공

시인 윤후명의 유고 시집 『모루도서관』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작가 타계 1주기를 맞아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문학과지성 시인선 633번으로, 약 반세기에 걸친 문학 여정의 마지막 장을 이루는 작품이다. 첫 시집 『명궁』이 출간된 지 50여 년 만에 같은 출판사에서 마지막 시집이 묶였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모루도서관』에 실린 시들은 모두 미발표작으로, 고인의 제자이자 소설가인 정태언이 정리해 엮었다. 시집 전반에는 윤후명 특유의 몽환적 감각과 사유의 밀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크로드와 둔황, 몽골과 러시아, 유럽을 횡단하던 그의 소설 세계와 달리, 이번 시집의 시선은 오랫동안 그리워해 온 ‘돌아오는 장소’를 향한다.

윤후명에게 그 귀환의 장소는 강릉이다. 시집 제목이기도 한 ‘모루도서관’은 강릉에 위치한 실제 도서관으로, 작가가 고희를 넘겨 돌아와 명예 관장으로 지낸 곳이다. 한국전쟁으로 여덟 살에 고향을 떠나야 했던 윤후명에게 이곳은 문학적 원류이자 삶의 종착지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시집은 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고향의 풍경, 기억, 사람들을 끊임없이 호출한다.

이번 시집에는 어머니, 고향, 떠나간 문인과 친구들에 대한 애도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전쟁과 이산의 기억, 자연재해와 사회적 비극을 지나온 개인의 삶이 시 속에서 하나의 역사로 확장된다. 윤동주, 이상, 박정만 시인 등 선배 문인들에 대한 언급은 문학적 계보를 넘어 삶과 시의 동반자로서의 기억을 환기한다.

윤후명의 시는 떠남과 귀환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세계를 횡단해 온 여정은 결국 더 깊은 뿌리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었고, 시집 속 귀환은 안착이 아니라 다시 질문을 던지기 위한 자리다. “시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이 반복되는 시편들은, 문학이 끝내 도달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끈질기게 묻는다.

『모루도서관』은 완결의 언어라기보다 열려 있는 장소에 가깝다. 팔순에 이른 시인이 삶의 시간을 더듬으며 건네는 문장들은 고요하지만 무겁다. 떠돌던 세계의 감각과 고향의 기억이 겹쳐지는 이 시집은, 윤후명이 평생 붙들어 온 질문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문학과지성사는 “『모루도서관』은 윤후명 문학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를 동시에 담아낸 시집”이라며 “시인이 남긴 언어가 독자에게 머물 수 있는 하나의 처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