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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병동에서 시작되는 회복의 서사, 『비취와 별하』 출간 (윤미경 | 북멘토)

정신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마주한 10대의 상처와 연대

장세환2026년 4월 27일 오후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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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와 별하.jpg출판사 제공

신간 『비취와 별하』는 청소년소설이지만, 가볍게 읽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은 ‘더 하얀 정신 병원’이라는 폐쇄 병동을 배경으로,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회피해 온 10대의 정신 건강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다. 작가 윤미경은 우울증, 자해, 중독, 조현병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선정적이지 않게, 그러나 외면하지 않고 서사의 중심에 둔다.

주인공 비취는 생선 가게 딸이라는 이유로 단절된 삶을 살아온 아이이다. 학교에서는 지속적인 성희롱과 괴롭힘을 겪고, 결국 마음의 병을 얻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신 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한다. 비취가 병동에 들어오게 된 과정은 ‘치료’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지만, 비취의 시선에서 병원은 안전한 공간이라기보다 억울하게 갇힌 장소에 가깝다. 이 간극에서 소설은 출발한다.

그런 비취 앞에 별하가 나타난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별하는 늘 명랑하고 똑똑하며, 자신이 우주 저편에서 부서진 반려자의 파편을 찾기 위해 지구에 왔다고 믿는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 있는 별하의 서사는 처음에는 엉뚱하게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비취의 고통과 긴밀하게 교차한다. 두 인물은 서로의 상처를 함부로 해석하지 않은 채, 곁에 머무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

『비취와 별하』가 주목하는 것은 병동에 모인 아이들 각각의 사연이다. 자해 습관을 가진 아이, 다이어트약 중독으로 병원에 들어온 아이, 알코올 문제로 삶이 무너진 어른까지, 병동은 사회에서 밀려난 이들의 축소판처럼 그려진다. 이들은 모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격리되었지만, 소설은 그들이 왜 그 자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차분히 따라간다.

작가는 가해와 피해의 구도를 단순화하지 않는다. 비취가 겪은 폭력은 분명하지만, 그 이후 반복되는 자기혐오와 환청, 공격적 방어 역시 해결되지 않은 채 남는다. 이는 치유가 단번에 완결되는 사건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친 흔들림과 시행착오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아이들을 낙인찍는 장소이자, 동시에 서로를 마주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정상/비정상’의 경계를 해체하는 시도다. 병동 밖의 세상은 과연 건강한가, 아이들을 이곳으로 몰아넣은 사회는 책임에서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이 서사 곳곳에 배치된다. 윤미경은 병을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돌봄과 보호가 부재했던 구조의 결과로 바라본다.

『비취와 별하』는 자극적인 묘사나 감정의 과잉 없이도 충분히 아프고, 동시에 따뜻하다. 아이들이 서로를 일으켜 세우고, 스스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특별한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나는 순간들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출판사 북멘토는 “이 작품은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중독이라는 주제를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인물의 존엄을 지켜낸 소설”이라며 “청소년뿐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고 전했다.

『비취와 별하』는 성장담이라기보다 회복의 기록에 가깝다. 이 소설은 상처를 극복하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대신 상처 입은 자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견디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닫힌 병동에서 시작된 이 서사는, 결국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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