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아홉 번의 사선을 넘어 자유에 이르다, 『돌 위에 피는 꽃』 출간 (이순실 | 밀알)
탈북 수기를 넘어 인간의 존엄과 삶의 회복을 증언한 기록
출판사 제공
죽음의 문턱은 한 번이 아니었다. 『돌 위에 피는 꽃』은 아홉 번의 강제 북송과 끝을 알 수 없는 도주, 그리고 자식과의 처절한 이별을 통과해 온 한 인간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방송인·사업가·안보 강사로 대중에게 알려진 이순실의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시간들이 이 책에서 비로소 정면으로 마주된다.
이 책은 단순한 탈북 수기에 머물지 않는다. 북한에서의 유년기와 군 복무, 굶주림과 폭력, 고문과 감시, 그리고 출산과 탈출이라는 극한의 경험을 따라가며, 인간의 존엄이 어디까지 파괴될 수 있는지, 또 어디까지 회복될 수 있는지를 증언한다. 저자는 참혹한 현실을 과장하지도, 미화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담담한 서술 속에서 현실의 무게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돌 위에 피는 꽃』의 중심에 놓인 정서는 ‘생존’보다 ‘자유’다. 저자는 살기 위한 선택보다도,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결단이 어떻게 자신을 움직였는지를 반복해서 되짚는다. 국경을 넘는 순간마다 따라붙는 두려움, 잡히는 즉시 기다리는 고문과 북송의 공포 속에서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단순한 생존 본능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강렬한 갈망이었다.
책의 중반부를 차지하는 ‘철국 엄마’ 연작과 출산 이후의 기록들은 특히 깊은 울림을 남긴다. 아이를 품은 몸으로 강을 건너고, 붙잡혀 다시 끌려가며,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마저 시험받는 장면들은 독자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몸의 기억’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는 통계나 보고서가 대신할 수 없는 증언의 힘이다.
대한민국에 정착한 이후의 삶 또한 순탄하지 않다. 언어와 문화, 시선의 장벽 속에서 저자는 다시 한 번 생존을 요구받는다. 『돌 위에 피는 꽃』은 방송인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식품 사업에 도전하며 실패와 비난을 견뎌낸 기록을 함께 담고 있다. 저자는 헐뜯는 말과 편견마저 스스로를 단련하는 ‘훈장’으로 삼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특히 책의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이순실 정신’이라는 문장들은 개인의 성공담을 넘어 하나의 삶의 태도로 읽힌다. 잘하는 것에 도전하고, 끝까지 부딪히며, 우물은 나눌수록 채워진다는 신념은, 극한의 결핍을 통과한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세계관처럼 느껴진다.
『돌 위에 피는 꽃』은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방송 활동과 강연을 통해 북한 인권의 현실을 알리는 한편, 2026년 봄 미국에서 열린 유엔총회 탈북인 인권 토론회에 참석하며 활동의 폭을 국제 무대로 넓히고 있다. 한 개인의 회고가 동시대 인권 담론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저자는 출간 소감에서 “내가 겪은 고난이 누군가에게 오늘을 살아갈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책이 건네는 메시지는 거창한 희망이 아니다. 다만, 가장 단단한 돌 위에서도 꽃은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증언이다.
출판사 밀알은 『돌 위에 피는 꽃』을 “한 개인의 삶을 넘어, 우리 시대가 외면해서는 안 될 현대사의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극적인 이야기보다, 그 극한을 견뎌온 인간의 존엄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