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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끝에서 인간다움을 묻는 단 한 편의 우화, 『연월일』 출간 (옌롄커 | 북다)

유력 노벨문학상 후보 옌롄커의 대표작, 단행본 개정 출간

장세환2026년 4월 27일 오후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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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jpg출판사 제공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이자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옌롄커의 대표작 『연월일(年月日)』이 출판사 북다에서 5월 6일 새롭게 출간된다. 국내에 처음 소개될 당시에는 다른 중·단편 소설과 함께 선집 형태로 묶여 출간됐으나, 이번에는 작품의 밀도와 완결성을 온전히 살린 단행본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연월일』은 옌롄커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으로, 작가 스스로 “영감을 얻어 쓴 유일한 소설”이라고 밝힌 작품이다. “인류의 종말이 다가와 이 세상에 사람 하나와 씨앗 한 알만 남게 된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라는 문학적 질문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극한의 가뭄 속에서 살아남은 노인 셴 할아버지와 눈먼 개, 그리고 옥수수 씨앗 하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품은 극도로 축약된 인물과 배경을 통해 생존의 문제를 넘어 인간 존엄과 생명의 본질을 집요하게 질문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떠난 황무지에서 셴 할아버지는 눈먼 개와 함께 마지막으로 남은 옥수수 이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소진한다. 옥수수 한 알, 물 한 방울, 햇빛의 무게까지 계산하는 그의 삶은 단순한 생존 투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윤리적 선택으로 그려진다.

『연월일』은 자연재해라는 외적 재난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무력함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도, 그 극한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한다. 작품 속에서 셴 할아버지와 눈먼 개는 서로의 생명을 의지하며, 자신들보다 더 연약한 존재인 옥수수 씨앗을 지켜내기 위해 끝내 희생을 선택한다. 이는 옌롄커 문학이 일관되게 탐구해 온 ‘작은 존재의 존엄’이라는 주제를 응축해 보여준다.

번역은 중국문학 번역가 김태성이 맡았다. 그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서』, 『풍아송』 등 옌롄커의 주요 작품을 꾸준히 우리말로 옮겨 온 번역자로, 이번 작품에서도 원문의 절제된 문장과 시적 리듬을 충실하게 살려냈다. 번역문은 과잉된 감정 표현을 배제한 채, 고요하고 단단한 문체로 작품의 철학적 울림을 전달한다.

『연월일』은 비교적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옌롄커 문학 세계의 핵심이 농축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는 상징적 서사,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생명 공동체로 인식하는 시선, 그리고 극단적인 조건 속에서 드러나는 윤리적 선택은 이 작품을 단순한 재난 서사가 아닌 철학적 우화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출판사 북다는 “『연월일』은 불확실성과 위기가 일상이 된 오늘의 독자에게 인간다움의 최소 조건을 묻는 작품”이라며 “옌롄커의 작품 세계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이미 그의 문학을 알고 있는 독자에게도 강렬한 울림을 줄 책”이라고 밝혔다.

『연월일』은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제작이자, 지금 다시 읽혀야 할 세계문학으로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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