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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내려놓고 비로소 나에게 도착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달리기로 했다』 신간 (이유선, 드림셀러)
타인의 속도에 맞추느라 지쳤던 삶에서 나만의 보폭을 회복해가는 달리기 에세이
출판사 제공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생각보다 어렵다. 기록과 성취, 비교와 경쟁이 삶의 기준처럼 작동하는 시대에 ‘계속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책이 출간됐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달리기로 했다』는 타인의 속도에 맞추느라 숨 가빴던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보폭으로 달리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은 달리기 에세이다.
이 책의 저자 이유선은 유럽에서 11년째 살아온 직장인이다. 서울에서의 안정된 삶을 내려놓고 아일랜드로 떠난 뒤, 언어의 장벽과 경제적 불안, 이방인으로서의 열패감 속에서 우울과 무기력을 겪었다. 그런 시간의 한가운데서 저자는 ‘달리기’를 만난다. 그것은 건강을 위한 선택이나 성취를 위한 목표가 아니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삶을 버티기 위해 내디딘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달리기로 했다』는 잘 달리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기록 단축이나 효율적인 훈련법은 이 책의 관심사가 아니다. 대신 2분 걷기와 2분 달리기로 시작해 5킬로미터, 10킬로미터, 하프 마라톤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회복해 온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이었다는 사실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이 달리기는 아일랜드에서 시작되어 포르투갈을 거쳐 이탈리아까지 이어진다. 서로 다른 공기와 풍경을 지닌 세 나라에서의 러닝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외로움과 열등감, 한계를 달리기를 통해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감정들을 밀어내지 않으며 함께 달린다. 달리기는 문제를 해결해 주기보다, 문제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길러 준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멈추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어떤 날은 뛰지 못하고 오래 걷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듯 느껴지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는 행위 자체가 이미 충분한 선택이라는 점을 저자는 여러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달리기로 했다』는 달리기를 인생의 은유로 확장한다. 우리는 각자의 트랙 위를 달리는 마라토너이며, 남은 거리와 제한 시간은 모두 다르다. 선두에 있든 후미에 있든, 중요한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만의 레이스를 이어가는 태도다. 특히 마라톤 대회에서 속도가 느린 이들에게 더 많은 박수와 응원이 쏟아지는 장면은, 이 책이 말하는 ‘완주’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에세이는 성취의 서사가 아니다. 오히려 미완의 상태를 끌어안고 나아가는 이야기다. 저자는 한때 자신을 ‘제조 단계에서 삐끗한 미완품’처럼 느꼈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사회는 인간을 정품과 불량품으로 구분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게 분류될 수 없다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달리기는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책 곳곳에는 계절의 감각이 살아 있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 달리며 사랑의 깊이를 확인하는 장면,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버텨내는 장면은 달리기가 단지 운동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임을 보여준다. 피하고 싶은 계절을 건너는 과정 속에서, 저자는 비로소 자신이 조금 더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달리기로 했다』는 불안과 비교에 지친 이들에게 조용한 언어로 말을 건넨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잠시 걷더라도 괜찮으며, 방향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이라는 사실을. 그 끝에서 도착하는 곳은 타인이 정해준 목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이 에세이는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이 책은 러닝을 시작하려는 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지금 자신의 삶이 숨 가쁘게 느껴지는 사람, 속도를 늦추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몰랐던 사람,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허락이 필요한 이들에게 열린 이야기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달리기로 했다』는 이렇게 말한다. 잘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나만의 보폭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도착하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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