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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의 첫 출발선에서 마주한 세계의 얼굴 『인트로』 신간 (최이랑, 책담)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의 이야기로 노동과 연대의 의미를 묻는 청소년 소설

장세환2026년 4월 24일 오후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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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jpg출판사 제공

열아홉은 언제나 시작의 나이로 불린다. 하지만 그 시작이 언제나 설렘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인트로』는 막 사회로 진입하려는 청소년들이 마주하는 첫 현장을 정면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여동의 빛》에서 사회 참여라는 질문을 던졌던 최이랑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들의 현실을 통해 노동자의 인권과 연대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이 소설의 주인공 미아는 미디어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졸업을 석 달 앞두고 작은 영상 제작 프로덕션으로 현장 실습을 나간다. 미아의 목표는 명확하다. 빠른 취업, 빠른 돈벌이. 중학교 3학년 때 화물차 기사로 일하던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뒤, 미아에게 노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미아는 사회의 문 앞에 선다.

같은 반 친구 단이와 수지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 대학 진학을 택한 단이, 미아처럼 취업을 위해 현장 실습을 선택한 수지. 하루 종일 교실을 함께 채우던 친구들은 이제 전혀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하루를 살아간다. 이 변화는 자연스럽지만, 동시에 균열의 시작이기도 하다. 특히 밝고 자신감 넘치던 수지가 점점 시들어 가면서 이야기는 긴장감을 띠기 시작한다.

수지는 결국 자퇴를 하겠다고 선언한 뒤 자취를 감춘다. 무엇이 수지를 그토록 몰아붙였을까. 미아는 친구의 비밀을 좇으며 현장 실습의 이면과 학교의 무력함, 어른들의 무책임을 차례로 마주한다. 회사에서 벌어진 폭언과 불합리한 지시, 성추행까지 이어진 상황 앞에서, 수지는 혼자였다. 학교 역시 학생을 지켜 주지 못했다.

『인트로』는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이나 미성숙한 존재로만 그리지 않는다. 미아와 친구들은 부조리한 현실을 인식하고, 그에 맞서는 선택을 스스로 고민한다. “여기서 그냥 물러나면 같은 일은 또 벌어질 것”이라는 깨달음은 이 작품의 핵심 문장이다. 침묵은 안전이 아니라 반복을 낳는다는 사실을, 소설은 차분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축 중 하나는 ‘연대’다. 수지의 일이 개인의 불운으로 끝나지 않도록, 미아와 단이, 그리고 같은 과 친구들이 함께 움직인다. 각자의 힘은 작지만, 그 힘이 모일 때 상황은 조금씩 달라진다. 작가는 거대한 승리나 극적인 해결 대신, 함께 문제를 말하고 기록하고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을 그린다.

소설의 배경에는 더 넓은 사회적 맥락이 놓여 있다. 호텔 셰프였던 삼촌의 부당 해고,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의문은 노동 문제가 개인의 삶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노동은 학교 밖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청소년의 삶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인트로』라는 제목은 단순히 이야기의 시작을 뜻하지 않는다.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보호받던 자리에서 책임을 요구받는 자리로 이동하는 시간. 진짜 삶에 진입하기 직전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순간을 상징한다. 작품 속에서 “인트로의 시간을 잘 채워야 한다”는 문장은, 성급히 어른이 되라는 주문이 아니라 생각을 붙잡고 목소리를 키우라는 제안으로 읽힌다.

이 소설은 청소년에게 불편한 현실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알아야 할 문제로 정직하게 제시한다. 작가는 청소년이 곧 노동 현장으로 향할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 아래, 조금 불편하더라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 준비란 순응이 아니라, 부당함을 인식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감각이다.

『인트로』는 특정 세대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처음 사회에 발을 디뎠던 순간의 당혹감과 분노, 그리고 누군가 곁에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기억은 많은 어른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이 작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노동 현장의 문제를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게 하며, 시작선에 선 모든 사람의 ‘인트로’를 응원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한 이야기. 『인트로』는 사회 진입기의 청소년들에게 현실을 직시할 용기와 함께,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건네는 청소년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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