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상실 이후에도 자라나는 울음을 기록하다 『울음이 자라는 것을 보고 말았다』 신간 (허향숙, 솔출판사)

딸을 잃은 어머니의 통곡이 기도와 위로로 번져가는 시의 기록

장세환2026년 4월 24일 오후 4:24
309

울음이 자라는 것을 보고 말았다.jpg출판사 제공

허향숙 시인이 생의 가장 내밀한 고백을 담은 시집 『울음이 자라는 것을 보고 말았다』를 출간했다. 이 시집은 자녀를 잃은 상실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어떻게 기도와 용서, 그리고 타인에게 건네는 위로로 이행해 가는지를 절제된 언어로 기록한 작품이다. 십수 년의 침묵 끝에 터져 나온 시인의 고백은 사적인 통곡을 넘어 보편적인 애도의 언어로 확장된다.

허향숙 시인에게 딸과의 이별은 “급성 백혈병이라는 가혹한 뜨개바늘”로 삶이 풀려나가던 시간이었다. 그날 이후 시인의 계절은 “봄여름가을겨울을 / 통째로 삼킨” 채 멈춰 섰고, 시간은 정상적으로 흐르지 않았다. 이 지독한 부재의 시간은 시 속에서 구체적인 이미지와 숨 고르는 리듬으로 형상화된다.

표제시 「울음이 자라는 것을 보고 말았다」는 이 시집의 정조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다. 시인은 예고 없이 내려앉은 슬픔을 ‘자라는 울음’으로 명명하며, 피할 수 없는 상실의 과정을 담담히 바라본다.

그늘만 가득하던
나의 세계에

모래알 같은
볕알들

훌쩍,

내려와
반짝이고 있다

울음은 단번에 터져 나오지 않는다. 이 시에서 울음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채, 몽우리처럼 자라나는 존재로 묘사된다. 슬픔을 극복하려 애쓰기보다, 그것이 스스로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태도가 시 전체를 관통한다.

이 시집은 상실의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 시인은 고통의 원인 앞에서 분노하고, 미워하고, 끝내 용서에 이르는 긴 시간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유다」라는 시에서 시인은 아이의 죽음을 둘러싼 의료 현장을 회상하며, 평생 품지 않았던 증오와 그 증오를 내려놓기까지의 과정을 날 선 언어로 기록한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아이가 놓친 봄을 십수 년 보내고서야
마음 한편을 지키고 있던 용서가 손을 내밀었다

이 용서는 미덕으로서의 용서가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도달한 고통스러운 결론에 가깝다. 그래서 이 시의 용서는 쉽게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흔들림을 끝까지 견뎌낸 결과로 읽힌다.

『울음이 자라는 것을 보고 말았다』에는 시편과 산문이 함께 실려 있다. 이는 감정을 압축하는 시적 언어와, 설명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기억의 무게가 공존한 결과다. 시인은 말을 아끼면서도, 침묵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정서의 밀도를 산문을 통해 보완한다.

이 시집의 약전(略傳)에 담긴 삶의 연대기는 한 개인의 이력을 넘어, 상실 이후의 시간을 살아낸 존재의 기록처럼 읽힌다. “마흔여섯 / 열여섯 살 딸을 / 가슴에 묻었다”는 문장은 한 사람의 인생을 단숨에 갈라놓는 사건으로 기능하며, 이후의 시들은 그 균열 위에서 쓰인 언어들이다.

허향숙 시는 절규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살아낸 지 십 년”이 지나서야 강물이 바다에 이르러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을 깨닫는 느린 회복의 리듬을 따른다. 이 속도는 위로를 서두르지 않으며, 애도의 시간을 존중한다.

『울음이 자라는 것을 보고 말았다』는 슬픔을 견뎌내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울음이 자라는 현장을 정직하게 기록함으로써, 누군가의 고통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한다. 이 시집은 상실을 통과한 이후에도 언어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을, 낮고 깊은 목소리로 전하는 한 권의 기록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