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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서의 균열 속 한반도의 좌표를 묻다, 『괴물의 시대』(서재정, 창비)
9·11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과 안보담론을 재검토하며 ‘진짜 평화’의 조건을 탐색한 정치 분석서
괴물의 시대
전쟁과 분쟁이 일상화된 시대, 국제법과 국제기구의 영향력이 약화된 현실을 ‘괴물의 시대’로 규정한 정치 분석서가 출간됐다. 『괴물의 시대』는 9·11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전략의 변화와 그 파장이 한반도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하는 작업이다.
저자 서재정은 현재의 국제질서를 단순한 사건의 연속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파악한다. 팬데믹 이후에도 이어지는 전쟁과 갈등, 그리고 강대국 중심의 힘의 논리가 국제사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역시 그 파장 속에서 요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장기적 경색은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로 고착되어 있으며, 이는 단기적 사건이 아닌 구조적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의 핵심은 기존 안보담론에 대한 문제 제기다. 조선을 고정된 ‘위협’으로, 미국을 고정된 ‘안보’로 설정하는 이분법적 인식이 실제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상수’가 아닌 ‘변수’로 재인식할 것을 제안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관계를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존의 단선적 외교·안보 프레임을 해체하려는 시도다.
또한 ‘안보딜레마’ 개념을 통해 한국 역시 이 구조를 재생산해온 당사자임을 짚는다. 단순히 외부 위협에 대응하는 수동적 위치가 아니라, 정책과 선택을 통해 긴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 없이는 평화 논의 역시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전면에 놓인다.
책은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와 동아시아 패권 구조, 북핵 문제, 그리고 ‘트럼프 2.0’으로 상징되는 향후 미국 정책의 가능성까지 폭넓게 다룬다. 특히 동북아 지역 차원의 협력적 안보체제 구축, 다자 협력 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존의 군사 중심 접근을 넘어선 대안을 모색한다.
결론적으로 『괴물의 시대』가 제시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힘을 통한 평화’도, 형식적 합의에 머무는 ‘거짓 평화’도 아닌, 시민사회와 국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실질적 평화다. 이는 단순한 정책 제안이 아니라, 현재의 국제질서를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에 가깝다. 한반도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출발해야 할 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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