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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대신 따뜻함을 묻다, 『베프 대신 로봇 친구』(류미정, 보랏빛소어린이)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우정의 본질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성장 동화

장세환2026년 4월 23일 오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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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프 대신 로봇 친구.jpg출판사 제공

또래 관계는 어린이 시기에 가장 민감하게 흔들리는 영역이다. 『베프 대신 로봇 친구』는 단짝 친구와의 갈등이라는 일상적인 상황을 출발점으로, 관계의 균열과 회복 과정을 정면에서 다룬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갈등 해결 서사가 아니라, ‘대체 가능한 친구’라는 상상을 통해 우정의 본질을 되묻는 구조를 취한다.

주인공 예진이는 단짝 세아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감정의 공백을 경험한다. 그 틈을 파고드는 존재가 바로 ‘로봇 친구’다. 이름까지 ‘세아’로 부여된 이 로봇은 명령에 충실하고 감정을 거스르지 않는 완벽한 존재다.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는 이 인공적 관계는, 현실의 친구가 지닌 불완전성과 대비되며 일종의 대리 만족을 제공한다.

그러나 서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로봇은 기능적으로 완벽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거나 감정을 교환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한계를 드러낸다. 예진이가 느끼는 미묘한 어긋남과 공허는, 관계의 핵심이 ‘편의’가 아니라 ‘상호성’에 있음을 자연스럽게 환기한다. 관계의 본질은 통제 가능성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과 감정의 교환에 있다는 메시지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 작품은 어린이 독자에게 갈등을 회피하는 대신 직면하도록 유도한다. 친구와의 서운함, 오해, 기대의 어긋남 같은 감정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면서도,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 역시 아이의 선택과 용기에서 출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관계의 회복은 외부의 완벽한 대체물이 아니라, 스스로 내미는 손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읽기 난도와 구성 역시 전환기에 놓인 독자를 고려했다. 그림책에서 글 중심 독서로 넘어가는 저학년 독자를 위해 문장 길이와 서술 밀도를 조절하고, 장면 중심의 전개로 몰입도를 높였다. 짧은 분량 안에서도 감정의 흐름과 사건의 인과를 명확하게 유지하는 점이 특징이다.

『베프 대신 로봇 친구』는 기술적 상상력을 소재로 삼되, 결론은 인간 관계의 본질로 귀결된다. 완벽한 존재보다 불완전한 타인이 더 의미 있다는 사실을, 어린이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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