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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더 선명해진 신앙의 얼굴, 『어둠이 깊을수록 빛났던 이름들』(최완규 엮음, 삼인)

일제강점기와 전쟁의 시대를 건너온 한국 영성가 10인의 삶을 통해 ‘신앙은 어떻게 살아지는가’를 묻다

장세환2026년 4월 23일 오후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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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깊을수록 빛났던 이름들.jpg출판사 제공

격동의 시대는 언제나 신앙의 본질을 드러내는 시험대가 된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났던 이름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극한의 시간을 통과하며, 말이 아닌 삶으로 신앙을 증명했던 한국의 토착 영성가 10인의 생애를 복원한다. 기독교 영성학자 최완규 목사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연구와 연재를 바탕으로 엮어낸 이 책은, 단순한 인물 소개를 넘어 하나의 영적 계보를 그려낸다.

책이 다루는 인물들은 전진 원장, 김진호 목사, 최흥종 목사, 최춘선 목사, 방애인 선생, 이보한 선생, 권정생 집사, 김용기 장로, 장기려 선생, 김용은 목사 등 각기 다른 자리에서 살아간 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된 축은 분명하다. 설교보다 행동, 교리보다 실천, 말보다 헌신이라는 태도다. 저자는 이를 ‘신행일치의 영성’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한다. 신앙이란 믿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는 명제는, 이들의 삶을 통해 구체적인 장면으로 증명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신앙의 무대가 교회 안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의 삶은 거리와 섬, 나환자촌과 결핵 환자 수용소, 그리고 가장 낮은 자리로 향한다. 사회가 외면한 곳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며, 신앙을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시킨다. 이는 종교적 헌신을 넘어 하나의 실천 윤리로 읽힌다. 실제로 이들의 행적은 국가가 감당하지 못한 영역을 대신 수행한 사례로 제시되며, 신앙과 사회가 분리되지 않는 구조를 보여준다.

개별 인물의 서사는 단순한 미담에 머물지 않는다. 전진 원장이 전깃불조차 없는 산속에서 수도원을 일군 장면, 최춘선 목사가 고통 속에서도 전도의 길을 멈추지 않은 삶, 장기려 선생이 무소유를 실천하며 의료 활동에 헌신한 이야기 등은 신앙의 극단적 실천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들은 신앙을 ‘선택’이 아닌 ‘삶의 방식’으로 끌어올린 인물들이다.

이 책은 동시에 현재를 겨냥한다. 한국 교회와 사회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과거의 영성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질문으로 작동한다. 신앙은 어디까지 현실에 개입해야 하는가, 믿음은 개인의 구원에 머무르는가 아니면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되는가라는 문제를 독자에게 던진다. 과거의 인물들이 남긴 궤적은, 오늘의 기준을 다시 설정하게 만드는 기준점으로 기능한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났던 이름들』은 신앙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보여준다. 그리고 그 보여줌을 통해, 지금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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