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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눈부신 미래를 떠받치는 아이들의 현실,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김가람, 문학수첩)

기후와 기술의 진보 뒤에 가려진 아동 노동과 전자 폐기물의 현장을 추적한 김가람 PD의 문제작

장세환2026년 4월 22일 오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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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jpg출판사 제공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는 AI와 디지털 문명의 화려한 미래를 말하는 시대에, 그 기반을 떠받치는 가장 어두운 노동의 현장을 정면으로 끌어낸 책이었다. KBS 〈환경스페셜〉 PD로 활동해 온 김가람 작가는 코발트 광산과 전자 폐기물 재활용 현장을 따라가며, 첨단 산업의 밑바닥에서 가장 먼저 소모되는 존재가 누구인지를 집요하게 묻고 있었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우리가 손에 쥔 스마트폰과 전기차, 그리고 AI 산업 전반이 결코 추상적인 기술 위에만 세워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책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광산에서 하루 열두 시간 넘게 일하고도 1달러 남짓을 버는 아이들,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전자 폐기물 더미에서 중금속과 다이옥신에 노출된 채 폐기물을 태우고 분해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기술의 진보가 누군가의 희생을 지운 채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 책이 더 묵직하게 읽히는 이유는 도덕적 분노만 앞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김가람 작가는 “왜 코발트 가격은 오르는데 아이들의 몫은 늘 제자리인가”, “왜 친환경 재생 자원이라는 이름 아래 유독 물질이 계속 발생하는가” 같은 질문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과 소비 구조 전체를 다시 보게 했다. 아동 노동은 먼 나라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고 교체하고 폐기하는 생활 방식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책의 핵심이었다.

저자 역시 이런 문제의식을 오랫동안 추적해 온 인물이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생로병사의 비밀〉, 〈환경스페셜〉 등을 거치며 ‘무한 생산, 무한 폐기’의 대가를 따라온 그는, 평범한 소비자의 시선으로 기후와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글쓰기를 이어왔다. 그래서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는 환경 담론에 머무는 책이 아니라, 기술 낙관론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보지 않기로 했는지 되묻게 하는 기록으로 남았다.

결국 이 책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더 똑똑한 기술을 원하는 동안, 우리는 누구의 하루를 연료처럼 태우고 있었는가.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는 그 질문을 끝내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두지 않고,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의 구조 자체를 돌아보게 하는 사회적 기록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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