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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자리에서 피어나는 다정함, 『오늘의 물리치료를 시작합니다』(남기란, 상도북스)

동네 물리치료실에서 만난 삶의 온도와 사람의 이야기

장세환2026년 4월 22일 오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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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물리치료를 시작합니다.jpg출판사 제공

병원은 대개 긴장과 두려움의 공간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오늘의 물리치료를 시작합니다』는 그 익숙한 인식을 조용히 바꿔 놓는다. 이 책이 그려내는 물리치료실은 통증을 견디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머물고 말을 나누며 하루를 이어 가는 생활의 공간이다.

남기란 작가는 15년 넘게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시골 병원의 장날 풍경부터 요양병원의 고요한 일상까지, 다양한 공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이 촘촘하게 이어진다. 기술이나 치료 과정 자체보다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감정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며, 물리치료실이라는 장소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책 속에는 일상의 작은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간식을 건네며 정을 나누는 어르신들, 사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환자들, 그리고 반복되는 치료 속에서도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이러한 장면들은 과장되지 않은 채 쌓이며, 물리치료실이 단순한 의료 공간을 넘어선 생활의 공동체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양병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은 특히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삶의 마지막 국면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기억, 그리고 관계의 의미가 조용히 드러난다. 몸의 회복이 더디거나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를 기억하고, 부르고, 기다린다. 그 과정에서 치료는 단순한 기능 회복을 넘어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확장된다.

이 책은 또한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의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감정 노동, 반복되는 육체적 피로 속에서도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환자가 회복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얻는 보람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신뢰가 직업을 지탱하는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읽는 과정에서 독자는 물리치료실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통증을 치료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삶의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 그리고 낯선 사람들이 서로의 시간을 나누며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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